이 결혼은 천국도 지옥도 아닌,그저 연옥일 뿐이지.
초겨울의 냉기가 응접실 창틀을 넘실 넘어와 단정히 줄지어 서 있는 당신과 형제들의 옷깃에 파고듭니다.
어깨가 흠칫 움츠러들 만큼 싸늘한 바람이네요.
그에 응접실을 분주히 돌아다니며 사용인들에게 청소를 지시하던 아버지가 호통을 칩니다
아버지:곧 후작님이 들어 오실 텐데 응접실이 냉골이나 다름없다니!
그의 불호령에 사용인들이 다급히 창문을 닫아 냉기를 막습니다.
얼추 응접실을 쓸고 닦아 광을 내고 나면 기울어진 가세로 허름했던 공간이 그나마 봐줄 만해집니다.
이내 연신 화를 내던 아버지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냅니다.
다들 잘 듣거라. 곧 블레이크 후작님이 오셔서 너희를 둘러보시고 데릴사위을 고르실 거다.
난데없이 들려온 소식에 형제들이 서로서로 놀란 눈빛을 주고받습니다.
없는 살림에도 아침부터 부지런히 가꾸고 질 좋은 의복을 입히더라니.
그러나 이런 줄 세우기가 이제껏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자식을 부유한 가문으로 하나 둘 팔아넘기는 아버지 덕분에 당신의 손위 형제들은 전부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당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다들 평소와 달리 놀란 이유는….
아버지:블레이크 가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겠지? 이건 우리 가문이 부흥할 기회다. 반드시 그분의 눈에 들어 후작 가문과 연을 맺어야만 해!
아버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형제들 사이로 숙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블레이크 후작님이라면… 설마. 온 가문 사람들이 다 죽고 나서 단단히 미쳐버렸다는 그 사람?”
“사실은 그게 아니라, 애초에 미쳐버려서 온 가족을 다 죽였다는 소문도 돌던데.”
“히익…! 나는 그런 살인자와 절대 결혼하고 싶지 않아…!”
모두가 놀란 이유는, 아디스 블레이크에게 바로 이러한 소문이 붙어서 돌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당신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디스 블레이크가 근 5년간 저택 밖으로 얼굴을 비치지 않고 칩거해 버렸다는 사실을요. 그런 그가 데릴사위를 고르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부유한 후작 가문의 가주가 굳이 몰락한 카즈미 가문에서 데릴사위를 구할 이유가 있나요?
아디스 블레이크의 정신 상태와 상관없이 대단한 후작 가문과 엮이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이 발에 채일 정도로 넘쳐날 텐데 말이죠.
레이 카즈미 :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무언가 꺼림칙한 속셈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어떠한 일을 벌이기 위해 뒤탈 없는 상대방을 고르기 위해서라면…?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 그때, 누군가가 당신의 손을 톡톡 건드립니다.
에릭이 눈망울에 울음을 가득 담은 채 속삭입니다
에릭:있잖아, 나…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지만 실은… 결혼을 약속한 상대가 있어.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파르르 떠는 모습이 퍽 안쓰럽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유독 당신을 잘 따라 귀여워했던 동생이라 더 마음이 쓰이네요.
에릭:후, 후작님이 나를 고르시면 어, 어떡하지…?
레이 카즈미 :(흠...아버지가 아시면 또 화내시겠네~..)
에릭..걱정 마. 만약 널 고르면 내가 대신 간다고 할게.
레이 카즈미 :그럼~ 이제 그만 뚝 그쳐. 더 울다간 아버지께서 화내실 거야. 높~으신 분이 오는데 꼴이 그게 뭐냐고 하시겠지~
그때, 돌연 응접실 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리며 아디스 블레이크가 느릿하게 걸어 들어옵니다
이런 누추한 곳까지 걸음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쪽은 제 자식들입니다.
자, 다들 인사 올리거라.
아버지의 말에 억지로 인사하고 나면 그제야 아디스의 모습이 선명히 보입니다.
길게 늘어트리고 윤기가 흐르는 분홍빛 머리칼과 풍성한 속눈썹,
부드러우면서 처연한 외모에 비해 은은하게 느껴지는 직위에 걸맞는 고압적인 분위기와 미묘한 색기,
현 기분 상태를 알려주는 듯한 가라앉은 눈빛과 표정.
찔러도 피 한 방울 흘러나올 것 같지 않은 느낌의 사람입니다.
목 끝까지 단단하게 잠겨있는 단추와 손목조차 보이지 않게 끼고 있는 장갑 따위가 유독 이질적입니다.
초겨울이긴 하지만 저렇게까지 꼼꼼하게 감쌀 이유가 없으니까요.
아마 얼굴마저 가렸다면 그의 피부색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었을 겁니다.
그런 아디스의 모습은 마치 빈틈을 찾을 수 없는 철옹성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는 우리의 인사를 본 체 만 체 하며,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합니다.
마치 가축을 고르러 온 상인처럼 턱끝으로 우리 쪽을 가리킵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의 등장에 비굴하게 등을 굽힌 아버지는 제 자식들을 가축취급하든 말든 두 손을 맞비비느라 바쁩니다.
아버지:아직 혼기가 차지 않은 녀석들도 있지만, 후작님께서 데려가 주신다면야 기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
당신과 에릭을 제외한 형제들은 14살도 채 되지 않은 핏덩이나 다름없음에도…
가문 부흥에 눈이 먼 아버지는 아디스가 원하면 몇 명이고 다 팔아넘기고 싶은 눈치입니다.
곧 아디스 블레이크가 우리의 면면을 차례차례 훑어보기 위해 천천히 발길을 옮깁니다.
형제들 중 나이가 제일 많아 맨 앞줄에 서 있던 당신의 앞에서 잠시 걸음이 느려지나 했지만…,
레이 카즈미 :(할 때마다 상품 취급 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나쁘군. 역시 탈출했어야 했는데~..)
곧이어 미련 없이 지나간 발걸음은 예상했다시피 에릭 앞에서 우뚝 멈춰 섭니다.
손을 뜯으며 초조해하던 에릭이 제 앞에 멈춰 선 아디스의 행보에 깜짝 놀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아디스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합니다.
누가 보아도 아디스의 선택을 극렬히 거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아니, 실은 다 보이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더 가깝겠네요.
에릭이 제 앞에서 울든 말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말이에요.
레이. 이대로라면 아디스는 에릭을 골라갈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나요?
레이 카즈미 :저기..그 애는 생긴 것과 다르게 어려서 말이죠. 고르겠다면 차라리 대신 저를 데려가는 게 나을텐데~ (말재주 판정 되나요??)
레이 카즈미 :
말재주
기준치: |
55/27/11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이 다소 말실수를 한 듯 했지만 수를 먹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심히 에릭에게만 꽂혀있던 시선이 드디어 당신에게로 향했으니까요.
머지않아 아디스 블레이크는 느긋하게 당신의 앞으로 와 섭니다.
당신을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탐색하는 시선이 길게 느껴집니다.
곧 장갑 낀 손이 다가와 당신의 턱을 무례하게 잡아 들어 올립니다.
풀을 잘 먹인 가축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듯 고개를 상하 좌우로 돌려가며 살펴보더니,
레이 카즈미 :(이거..말이지. 하하, 사람 취급도 안 한다는 건가?)
마지막까지 무례하기 짝이 없는 소리를 뱉으며 휙, 하고 턱을 놓아줍니다.
아버지는 당연히 에릭을 고를 거라고 생각했는지 잠시 얼 띤 표정을 짓다가 곧 정신을 차립니다.
아버지:예? 엇, 네, 네! 그 녀석 이름은 ‘레이’라고 합니다. 그으… 그럼 결혼식은-
레이 카즈미 :(아버지..생각대로 안 돼서 놀라셨나요? 그 표정 볼만하네요..하하)
아디스 블레이크:결혼식은 생략하고 내 저택으로 바로 데려간다. 지참금도 됐고, 데릴 사위값은 조만간 마차에 실어 보내도록 할테니.
아버지:헉! 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하하!
결혼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로 꾸며낸 인신매매를 성공적으로 마친 아버지가 환하게 웃으며 당신의 등을 두드립니다.
그러곤 아디스가 듣지 못하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아버지:레이. 후작님께 가서는 여기서처럼 난동 피우던 버릇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 우리 가문과 네 형제들을 위해 얌전히 살거라.
레이 카즈미 :하하, 아무리 그래도 제가 후작님 앞에서 난동을 피우겠어요? 암요~ 그래야죠. 우리 '가문'을 위해서니까.
자유를 찾기 위한 탈출 모색을 그저 ‘난동’이라고만 표현하는 아버지의 말씀에 치가 떨릴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은… 아무런 힘도, 재력도 없는 존재인걸요.
그저 데릴사위값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가축과 다름없는─…
─────── CHAPTER 02 ───────
규칙적으로 들리던 말발굽 소리가 차츰 느려집니다.
마차에서 바라보는 창 너머에서 지긋지긋하게 비추던 숲이 끝나가고, 곧이어 광대한 부지를 자랑하는 위엄 어린 저택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후작이란 직위에 걸맞은 품격과 고아함을 담고 있는 저택은 그 자태가 훌륭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싸늘하고 우중충합니다.
아아? 그 이유론 정원이 전혀 관리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곳보다 겨울을 일찍이 맞이한 것 같은 정원은 초록빛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레이 카즈미 :(와~...후작이나 되는 사람인데 정원 상태는 왜 이런대?)
정원 관리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일부러 하지 말라고 했는진 알 수가 없네요.
물어보고 싶어도, 마차에 타고 있는 사람은 당신 혼자 뿐입니다.
아디스는 말을 타고 갈 거라며 합승하지 않았죠.
카즈미 가문과 거리가 꽤 멀어서 분명히 올 때는 마차를 타고 왔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하여간 그 시커먼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네요.
기분이 어떤가요, 레이? 데릴사위로 팔려 온 소감 같은 것 말이에요.
레이 카즈미 :이런 식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어쩌겠어. 내 동생이 갈 바엔 차라리 내가 가는 게 낫지. 아버지도 골칫거리가 사라졌다고 좋아하시려나~
그럭저럭 괜찮은 기분 상태로 기다리고 있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저택의 입구를 통과한 마차는 정문 앞까지 다다라서야 멈춥니다
잽싸게 다가온 사용인이 마차 문을 열어주자, 당신에게 인사도 없이 홀로 저택으로 들어가 버리는 아디스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데릴사위로 억지로 끌고 왔으면 사용인들에게 인사라도 시켜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레이 님을 모시게 된 콜린이라고 합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바로 휴식할 곳으로 모셔드리고 싶습니다만…
주인님께서 응접실로 안내하라고 하셔서요. 저와 함께 가실까요?
레이 카즈미 :오자마자 쉬지도 못 하는 건가~.. 그래. 일단 시키는 대로 해야지. 안내해줘.
바깥에서 보았을 땐 생각지도 못했던 광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로비에서부터 저 멀리 보이는 복도 끝까지, 온갖 서적들이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발 디딜 틈도 없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말일까요?
왕립 도서관도 이 정도의 서적을 구비해 놓진 못했을 것 같습니다.
레이 카즈미 :(집을 도서관으로 만드는 게 꿈인가?)
책이..생각보다 많네.
콜린:아, 네네 주인님께서 사들인 서적들이에요.
레이 카즈미 :이만큼의 서적을 사들이는 이유가 있나?
콜린: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도 학문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긴 하시나...
봐도 내용을 모른데다가 원체 사용인들과 대화를 잘 안하십니다. 레이님께서는 한 번 여쭈어보면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레이 카즈미 :괜찮아. 사용인들이랑도 대화를 안 하는데, 여기 데려온 나한테 알려주긴 하려나 모르겠네~
응접실은 어느 쪽이지?
콜린이 정중하게 문을 열어주자, 우선적으로 맞이해 주는 것은 코끝에 훅- 하고 끼치는 먼지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정갈하고 깨끗하게 정비해 두는 곳임에도 이곳 역시나 군데군데 책더미로 군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래된 고서적이 내뿜는 퀴퀴한 책먼지가 시야를 부옇게 만듭니다.
그때, 중앙 쪽에서 두어 번 기침소리가 들려옵니다.
레이 카즈미 :(..이젠 안 쓰는 공간인가 보네)
(기침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봅니다)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아디스가 입에 대고 있던 손수건을 주머니에 집어넣습니다
레이 카즈미 :(네네~ 명령대로 하죠. 소파에 앉습니다)
아디스는 예의 차린 인사치레 따윈 집어던지고 다짜고짜 묻습니다.
당신이 카즈미 가문의 그 유명한 망나니 맞나요?
걸핏하면 미친 사람처럼 집밖으로 도망친다던데.
레이 카즈미 :뭐? 하..하하, 미친 사람으로 보였나? 그런 식으로 유명해지고 싶진 않았는데.
집밖으로 도망치는 건 맞습니다만..
당신의 아버지가 정략결혼시키는 거에 미쳐서 반항하기 위해서?
레이 카즈미 :반항이라..그것도 맞지만, 다른 이유가 있어서 말이죠~ 정략결혼. 나를 수단으로 여기는 게 싫었거든요.
뭐 그래요.
다만 나와 결혼한 이상 이곳에서도 그러진 말긴 바라요.
아니, 그러면 안 돼. 무척 곤란하거든.
굳이 당신을 골라온 이유도 사라지게 되고.
레이 카즈미 :뭐..적어도 후작님 앞에서는 안 그럴 겁니다. 얌전히 있으라는 말도 들었고. ...날 골라온 이유? 그저 그 아이 대용으로 데려온 게 아니었나?
아디스 블레이크:긴히 제안할 게 있거든-. 그래서 반드시 당신이어야 했어.
애초에 당신의 동생은 결혼을 약속한 이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그걸 도와주게 하는 대가로 제안을 성사 시킬까 했지만...(느리게 당신을 보다가) 당신쪽이 설득하기 더 수월할 듯 했지.
레이 카즈미 :그런 것까지 미리 조사하고 왔었나 봐요?
제안..? 아하, 그 제안할 대상을 나로 바꿨다는 거죠.
무슨 제안이길래..
아디스 블레이크:그래, 바로 궁금해줘서 고맙군요.
눈치챘나 모르겠지만. 난 [심한 결벽증]을 앓고 있어요.(장갑을 낀 제 손을 잠깐 들어올린다)
그리고 난 이걸 '저주'로 여기고 있어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으니까요.
레이 카즈미 :결벽증 보고 저주라..결벽증으로 인생이 바뀌는 경우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뭔 일이 있었나요?
생각해보니 여기는 먼지가 많던데 괜찮은 건가요?
아디스 블레이크:글쎄... 온 가족이 죽어버리고, 내가 나가지 못하게 된게 이 '저주'와 관련있다 정도만 알려주지.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지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자세히 알려줄 의무가 있나요?
레이 카즈미 :그 정도면 자세한 거지. 더 캐묻진 않을게요.
그 제안이라는 거, 뭔지 들어나 봅시다.
이 '저주'는 약으론 치료할 수 없어요. '마법의 힘'을 빌려야만 가능할 수 있다더군요. 그래서-...
(흘긋 책을 보다가) 온각 주문서를 사들여서 조사는 해봤지만 한계더군요.
대부분의 주문은 반드시 '시전자'가 필요하고, 수백, 수천가지 중에 어떤 것이 이 저주에 효과가 있는 지 알 수 없어서 하나하나 시험해봐야 하죠.
레이 카즈미 :흠...나보고 그 주문을 시전할 시전자가 되어달라는 거죠? 치료를 위해서.
하지만 걱정 말아요.
레이 카즈미 :썩 나쁘진 않네. 근데 수천가지라고 하지 않았어요? 언제 그걸 다 하려고..
아디스 블레이크:...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 거에요. 이미 확인 해본 것들도 있죠.
1년, 아무리 길어도 1년이면 끝날거에요.
그래서─,
가죽 소파에서 일어나는 소음과 함께 당신 앞으로 느릿하게 걸어오는 아디스가 두 손을 뻗습니다.
섬세하게 바느질된 고급스러운 장갑에 감춰진 손이 당신의 귓가를 아슬하게 지나쳐 등받이를 잡습니다.
베일 듯한 턱끝으로 창틀에서 넘어온 노을빛이 유려한 선을 그려냅니다.
어쩐지 현실성 없는 그 광경에 멍하니… 아디스가 하는 양을 지켜만 보게 됩니다.
아디스 블레이크:말도 안 되는 제안으로 들리겠지만....
닿을 듯, 말 듯 다가온 얼굴이 당신의 뺨을 위태로이 지나쳐 귓전에 이릅니다.
당신의 귓전에서부터 말단까지 생소하고도 저릿한 감각을 일으킵니다.
아디스 블레이크:내 저주를 풀어주면 전재산을 넘겨 줄게요. 군말 없이 이혼도 해주고. 어때요. 당신에게도 나쁜 조건은 아니잖아?
심장이 멎어버릴 만큼 가깝게 다가온 아디스가 당신의 머릿속을 뒤흔들어 놓습니다.
그와 결혼한 상태로 자유를 잃고 평생 미쳐버릴 것인지,
저 미친 것 같은 거래를 받아들이고 자유를 탐할지…
레이 카즈미 :나한테 좋은 조건인데, 이걸 거부할 이유가 있나?
그 제안, 받아들이죠.
뭐 부터 하면 됩니까?
내내 표정이 없던 아디스의 입가에 미미한 웃음이 지어집니다.
아디스 블레이크:그래요. 현명한 선택을 할 줄 알군요.
먼저, 우리의 거래를 서면으로 남기도록 하죠.
당신에게 전재산을 넘겨주겠다는 말은 허풍이 아니라서-.
그렇게 당신에게서 다시금 멀어진 아디스가 깃펜과 계약서를 건넵니다.
맨 아래에는 아디스와 당신의 서명을 적어 넣는 공간이 있습니다.
레이 카즈미 :위반할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마시죠~ (계약서에 서명을 한다)
아디스 블레이크:후후, 당신을 믿죠. (자신 또한 서명을 하고 나서 책더미에 있던 아무 책 하나를 집어 당신께 건넨다)
레이 카즈미 :(책을 건네받곤 펼쳐서 내용을 확인한다) 이게 뭐죠?
아디스 블레이크:주문서가 적힌 책이에요. 보면 낙엽이나 꽃 따위가 책갈피처럼 꽂혀 있죠?
그의 말마따나, 바싹 마른 꽃이 책 사이에 짓눌려 압화 되어 있습니다.
흘깃 쌓여있는 다른 책들을 보자, 이처럼 압화 된 책갈피가 수천 권이나 되는 책에 꽂혀 있네요.
아디스 블레이크:그건 내가 이미 그 책에 쓰인 주문을 확인해 봤단 뜻이에요.
꽤 많은 시간을 들여 확인했지만... 아직도 확인하지 못한 책들이 많아요. 아주.
앞으로는 당신도 시간이 날때마다 책갈피가 꽂혀 있지 않은 책 위주로 조사하며 새로운 주문을 찾아주면 좋겠어요.
레이 카즈미 :그래요~ 빨리 그 저주라는 걸 풀어야 나도, 후작님한테도 좋을테니까.
아디스 블레이크:그럼,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이만 자도록 하고.
내일부터 새롭게 찾은 주문을 하나씩 시험해보죠.
이어, 아디스는 종을 흔들어 콜린을 부릅니다.
레이 카즈미 :그럼, 내일 다시 봅시다. (콜린을 따라간다)
당신은 콜린을 따라 응접실을 나가면 간헐적인 기침소리가 들려옵니다
끼익 문은 닫히고, 콜린은 앞장서서 당신의 침실로 안내합니다
콜린:(레이의 말은 듣지 못하고 침실 문 앞에 선다)
여기입니다.
레이님의 침실입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레이님을 모시기로 하였으니 필요하실 때 언제든 불러주세요.
레이 카즈미 :응. 안내해줘서 고마워~ 오늘은 이만 가봐.
(후우) 뭔가 많은 일이 있었네~...
콜린이 떠나고 완전히 혼자가 된 당신은 당신의 침실로 들어섭니다
저택의 온갖 곳이 책 천지라, 혹여 당신의 침실까지 그 꼴이면 어떡하지?
그야 이곳은 무려 후작의 배우자 침실이니까요.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값비싼 재료로만 만들어진 것들로 가득합니다.
침대, 소파, 테이블, 옷장 등등. 화려하기 짝이 없는 그것들에 달린 작은 장식마저 섬세하게 조각되어있습니다.
길가에 차이는 돌마냥 당연하다는 듯이 보석 따위가 수없이 박혀 있습니다.
벽면엔 이름을 들어봄 직할 실력의 화가가 그린 벽화로 휘황찬란하고, 문짝과 문틀, 심지어 사소한 경첩마저 무척 고풍스럽습니다.
내가 이런 곳에 있어도 되는 건가?
일단은 당신은 결혼한 사이고, 공식적으론 배우자니까 당연합니다
적어도 당신의 가문이 당신을 영영 찾지 못하게끔 평생 숨을 수 있을 정도는 될 거라고.
레이 카즈미 :내일 할 일도 많을텐데 일찍 쉬는 게 낫겠지~
(침대에 누워서 잔다)
─────── CHAPTER 03 ───────첫날
무거운 눈꺼풀 너머로 밝아온 햇살이 내리쬡니다
더 자고 싶지만 도통 눈이 부셔서 잘 수가 없습니다.
그때, 구름이라도 지나가는지 돌연 눈꺼풀 너머가 다소 어두워집니다.
덕분에 구름이 지나가는 틈을 타 더 잘 수 있게 되었네요.
한참이 지나도 구름이 지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아디스 블레이크:쿨럭, 쿨럭. 대체 언제까지 자는 거예요.
저와 계약한 건 그새 잊었어요? 아니면, 잠이 원래 많아요?
이거... 순 게으름뱅이 신랑을 골라온 듯 한데...
레이 카즈미 :어...하하. 방금 일어나려고 했는데..말이죠~
지금은 아침 7시이고, 이르게 찾아온 건 아디스임에도 투덜거립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손수건을 주머니에 넣고나서 당신 근처로 침대에 걸터앉는다)
곧 저주를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벽 내내 주문을 찾았어요. 빨리 시험해보고 싶거든요.(챙겨온 책을 펼치며 주문을 보여준다)
레이 카즈미 :새벽 내내라...피곤하진 않나요? 뭐..저주를 풀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아니려나~..
(책에 쓰여있는 주문을 봅니다)
아디스는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낡고 해진 책을 만지고 있습니다
레이 카즈미 :음..? 결벽증이라지 않았나요? 맨손이어도 괜찮나?
아디스 블레이크:... 어차피 주문을 시전하려면 장갑을 벗어야 하잖아요. 귀찮게 하긴 싫으니까요.
그리고 저 또한 계약에 최선을 다하기로 할 거니 까탈스럽게 굴지 않을거에요.
레이 카즈미 :(주문 시전 방법에 장갑을 벗으라는 말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 그럼 바로 하면 되나요? 손깍지부터?
말 끝으로 아디스는 말없이 당신의 손가락을 툭 건들이다가
작은 심호흡 후 천천히 손가락 마디마디를 가르고 들어옵니다
부드럽고 여린 살결이 당신의 손 깊숙히로 파고 듭니다
이윽고 완전히 하나인 듯 얽히고 나서 살짝 힘을 주어 잡힙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완전히 잡힌 손을 잠깐동안이나 보다가 고개를 들어 당신의 눈을 본다) 이젠 할까요.
레이 카즈미 :(잠깐 넋을 놓았다가 정신 차리고 눈을 천천히 뜬다) 아...네. 바로 읊겠습니다.
부패한 사슬을 끊어내고 관문을 열라,
막힌 샘물이 터지고 새 생명이 피어오르리라.
얽힌 손을 떨어지고 아디스는 잠시 자신의 손을 보다가 주머니에 집어 넣습니다
금방 장갑을 꺼내곤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엽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이건... 정답이 아니었네요....
그대로에요.
...
(자리에서 일어나서 당신의 머리를 대강 쓸어 정리해주곤) 일찍 깨워서 미안해요. 제가 콜린에게 말해둘테니 아침 들어요.
레이 카즈미 :뭐..딱히 뭔 일이 일어나진 않았으니까..실패구나
처음부터 성공할 거라곤 생각 안 했어요. 계속 하다보면 되겠죠~
..괜찮습니다. 일찍 일어난 김에 저도 서적을 찾아보도록 하죠.
아디스 블레이크:뭐 그래요... 웬만한 곳은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돼요. 다만, 하루에 최소 4시간 정도는
[서재]에서 조사해주면 좋겠어요.
쓸만한 주문을 찾게 되면 나도 밤에 당신 침실로 들를테니 그때 시험 해보죠.
아디스는 당신의 대답을 듣고나선 미련없이 문 밖으로 나갑니다
어쩐지… 기껏 새벽 내내 찾은 주문이 실패해서 그런가,
당신이 이에 어떻게 생각하든간에 이야기한 대로 몸을 움직여야겠네요
레이 카즈미 :나도 슬슬 나갈 준비나 해야겠네~..
(옷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방 밖으로 나갑니다)
이게 뭐지..?
주워서 확인해보면 꽃으로 만든 [책갈피]와 [손수건]입니다.
(책갈피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자리 비움:
레이 카즈미 :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아. 책에 꽂아 둔 책갈피를 떨어뜨리고 간 걸까요?
그야… 책갈피는 살아있는 상태로 책 사이에 끼워 넣어야 자연스레 마르면서 책갈피가 되는 것인데…
이런 죽어버린 꽃으론 만들 수 없을 테니까요.
레이 카즈미 :전에 보니까 정원이 메말랐던데..그래서 죽은 꽃을 책갈피 대신 쓴 건가?
나야 여기 사정을 잘 알진 못하니..
이해가 안 되는 게 몇 있지만..그냥 넘어가자
(이번엔 손수건을 살펴봅니다)
새하얗게 빛나는 손수건은 아마도 그가 종종 기침할 때마다 사용하는 것과 같아 보이네요.
레이 카즈미 :
SAN Roll
기준치: |
64/32/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객혈까지 할 정도로 몸상태가 좋지 않았나 봅니다
레이 카즈미 :먼지 때문에 기침하는 게 아니었나?
이 정도로 심할 줄은....정말 말 그대로 저주라고 볼 수 있겠네.
이 손수건...돌려줘야겠지?
(손수건을 챙기고 나갑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저택 부지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밤까지 총 4곳을 조사할 수 있으며 '콜린'은 언제든 부르면 나옵니다.
레이 카즈미 :아까 말했던 서재부터 가볼까...
단, 조사할 때 반드시 [서재]를 한 번 들려서 주문 찾기를 해야 합니다
그 안쪽으론 책이 탑처럼 쌓인 미로 같은 공간이 펼쳐져 있습니다.
어째서 책장에 집어넣지 않고 이렇게 마구잡이 식으로 무작정 쌓아만 올렸을까?
빈틈 하나 없이 빽빽하게 꽂혀 정렬된 책들이 보입니다.
정리정돈을 하지 않은 것이라, 아무리 해도 티가 나지 않는 것이었네요.
이 정신 사나운 서재에서 그나마 창가 근처에 놓인 책상 하나 정도는 말끔히 치워져 있습니다.
아마도 아디스가 당신이 이곳에서 조사할 것을 대비해 미리 치워 놓으라고 한 것 같네요.
이 난잡하기 짝이 없는 저택 내에서 당신이 머무는 자리만큼은 늘 깔끔한 것 같습니다.
책갈피가 꽂혀있지 않은 걸로 가져오면 되겠네요.
레이 카즈미 :
손놀림
기준치: |
10/5/2 |
굴림: |
58 |
판정결과: |
실패 |
레이 카즈미 :
자료조사
기준치: |
50/25/10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이 갖고 온 책의 제목은 워낙 오래되어 그런지 금박이 거의 다 벗겨져 일부분 밖에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 다른 책들도 이와 비슷한 제목이란 것만 알 수 있습니다
4시간에 걸쳐 겨우 하나의 책을 조사하고 나면,
레이 카즈미 :새로운 주문을 찾았으니, 이건 오늘 밤에 해봐야겠네~
주문도 찾았겠다, 다른 곳도 둘러볼까...
주문을 찾았음에 기뻐하기도 잠시 서재 어디선가 덜컹!
조사에 빠져있는 사이, 누군가가 들어온 걸까요?
레이 카즈미 :거기 누가 있나?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간다)
세탁물 바구니를 한 아름 안고 있는 콜린이 서 있습니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주인님의 세탁물을 치우느라 그만 소리를 내버렸네요.
서재에도 세탁물이 있나?
콜린:아 그건 아니고... 주인님께서 두고 가신 것들인데...
콜린이 안고 있는 바구니는 온통 피 묻은 손수건으로 가득합니다
(일부러 두고간 거였나?)
콜린. 이건 내가 찾은건데..이것도 가져갈래? (주머니에서 피 묻은 손수건을 꺼낸다)
(여분 손수건을 가지고 있을거란 생각은 못 했네~..)
콜린:아, 네! 제가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실수로 떨어트리셨나보네요. 원랜 서재에 두고 가는 일이 많으셨는데....
(한숨) 결벽증이 심하셔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신 듯 한가봐요. 자주 객혈까지 하시고...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신데다가 티 내진 않으시려 해도 몸이 쇠약해지시고 있으니 걱정이 많습니다...
레이 카즈미 :흠...(서재에 자주 오나 보네? 하긴, 하루빨리 주문서를 찾아야 하니까..)
결벽증이 심하다고 객혈도 하나? 그런 증상은 못 들었는데.
콜린:음, 하지만... 주인님께서 달리 특별한 질병은 없으시니까요. 원래 예민하신 편이라 더 그러신게 아닐까 싶어요...
아. 제가 너무 말이 많은 듯 했네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편히 계세요.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부르세요.
(결벽증으로 저렇게 될 수가 있나? 사실 결벽증이 아닌 거 아냐?)
(일단 서재를 나와 정원으로 갑니다)
처음 저택으로 들어올 때 보았던 그 정원입니다.
웅장한 저택을 크게 둘러 감싸고 있는 형태이며, 고급스러운 자재와 품격 있는 울타리로 구획이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앙상한 나뭇가지와 거뭇하게 죽어버린 식물들로 가득하지만,
이것들이 전부 생생히 살아있다고 상상해 보면 정말이지 아름다운 정원이었을 것 같네요.
레이 카즈미 :(올 때부터 궁금했는데 말이지~..)
콜린~ 지금 시간 돼?
콜린:(지나가던 길에 부르는 소리에 달려온다) 아 네네, 무슨 일이세요?
레이 카즈미 :여기 정원 식물이 다 죽어있어서 말이지~..관리는 안 하는거야?
주인님께선 정원을 둘러보는 일을 좋아하시는 편입니다
그래서 온실도 따로 있으실 정도죠
'아이샤'라는 아이가 관리하고 있으니 물어보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으실겁니다
그러고보면... 식물이 죽는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레이 카즈미 :관리하는 아이가 따로 있었구나. 이유는 잘 모르겠단 말이지....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레이 카즈미 :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때, 저택을 바라보고 서서 오른쪽에 그늘지고 으슥한 [정원 뒷길]이 보입니다.
뭐가 있는지 볼까? (정원 뒷길로 갑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면, 울타리를 쳐 놓고 들어가지 못하게 자물쇠 걸린 문으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일반적인 열쇠는 애당초 들어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샤라는 아이를 데려와야 하나?
하지만 당신은 아이샤가 누구인지 얼굴을 모릅니다
콜린에게 시켜도 현재 그는 바빠 보인듯 하니 이곳은 떠나야 할 듯 하네요
레이 카즈미 :일단 여긴 나중에 가기로 하고..정원까지 온 김에 뒤뜰에도 가볼까 (뒤뜰로 갑니다)
저택의 뒤로 나갈 수 있는 문을 통과해 나가 보자,
퍽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뒤뜰이 보입니다.
마치 마녀가 살고 있는 숲처럼 울창하고 어둡습니다.
레이 카즈미 :하하...정원이랑 뒤뜰만 보면 이런 곳에 저택이 멀쩡하게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네
(천천히 걸어가며 뒤뜰을 둘러봅니다)
사방으로 뻗어있는 날카로운 잔가지들 사이로 작게 난 오솔길이 보입니다
사람 한 명정도만 지나다닐 수 있는 샛길이네요.
레이 카즈미 :(산책도 할 겸..샛길을 따라간다)
꽤 규모가 있는 [유리 온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꼭대기가 둥근 반구의 형태를 한 유리 온실은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할 건축물이라 그 감상이 새롭습니다.
투명한 수백 개의 유리와 하얀 철골로 이루어진 온실은 조형미가 뛰어나 자연스레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레이 카즈미 :아까 콜린이 말한 온실이네. 여기도 못 들어가려나~ (유리 온실에 들어갈 시도를 합니다)
온실로 가까이 다가가 안을 살피면 그 안쪽으로 놀랍게도,
온갖 파릇하고 생생한 식물과 꽃이 한껏 어우러져 있습니다.
온실 바깥의 싸늘한 살풍경과 비교해 보면 저곳은 꼭 꿈결처럼 느껴질 정도네요.
레이 카즈미 :잠겨있어서 다행이려나~ 딱 봐도 아끼는 게 보이는데. 함부로 들어갔다간~..
여기서 할 것도 없는데 이제 저택으로 돌아갈까.
(저택으로 돌아갑니다)
레이 카즈미 :여기도 안 가본 곳 같은데~..(사용인 숙소로 갑니다)
이곳은 사용인들의 숙소가 모여있는 저택 구석에 위치한 구역입니다.
대부분의 사용인은 저택 관리 중인지 꽤나 고요하네요.
그때, 어디선가 조그맣게 숙덕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힙니다.
꺾어지는 복도 너머로 은밀하게 수다를 떨고 있는 두 사용인을 발견합니다.
사용인1:아… 어떡하지? 나 지금 응접실 청소하러 가야 하는데....
사용인2:헉. 설마 주인님 거기 계셔? 어떡하면 좋아….
사용인1:미안한데 네가 나 대신 청소하러 가주면 안 될까?
사용인2:얘는…! 나라고 주인님께 가까이 가고 싶겠니? 나도 무섭단 말이야. 아니면 콜린에게 부탁해 볼까? 걔는 그래도 주인님을 덜 무서워하잖아.
이런 사용인들이 주인을 뒷담화하는 현장이었군요
레이 카즈미 :(다들 주인을 무서워 하네..? 뭘 할 것 같은 사람으론 안 보였는데)
레이 당신은 이 사용인들을 어떻게 할 건가요?
사용인들과 대화를 하거나 밖으로 나와 콜린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레이 카즈미 :(사용인들이 있는 쪽으로 발을 옮긴다) 너희들~ 목소리 다 들린다.
너네 주인이 뭘 했길래 그렇게 무서워 하는거야?
사용인1:누, 누구세요...?(잠시 당신을 보다가 놀라가지곤) 레, 레이님!
(고개를 숙이고) 아니, 그런게 아니라...
(우물쭈물거리다가) 그게, 주인님이 결벽증이 심하게 앓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청소를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하지 못하면 심하게 혼내셔서....
레이 카즈미 :그래? (결벽증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내 생각이 틀렸나)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걸로 심하게 혼내다니~...
레이 당신은 사용인의 말이 의심스럽다면 심리학 혹 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레이 카즈미 :(무서워하긴 하지만 고작 이런 이유로 가까이 가기도 싫다고?)
(관찰 판정 하겠습니다)
레이 카즈미 :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사용인의 안절부절 못하거나 눈을 피하는 등의 행동은 명백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애시당초 아디스는 저택에 서적이 온갖 곳에 널어 놓아도 신경 쓰는 태도가 아니었는데다가 완벽하게 깔끔하게 청소를 하라니 말이 안 되잖아요
너희들 지금 거짓말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사실대로 말하면 너희들이 이런 얘기 하고있던 거, 눈 감아줄 수 있는데~..아니면....아디스에게 지금 당장 말하러 갈게~?
레이님... 그게...
레, 레이님도 아시잖아요....
후작님의 소문 말이에요
사용인1:(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리곤) 후작님이 가족을 다 죽여 버렸다는 소문 그거 거의 사실일거에요
아니.... 가문 사람들이 1~2년 사이만에 전부 죽어버렸는데, 후작님만 유일하게 살아계시잖아요!
사용인2:심지어 가문 사람들이 죽고 나서 주인님이 장례도 치뤄주지 않았어요! 아니 자기가 따로 처리했다는데 어떻게 믿어요
분명... 뭔가 있어서 그러신 걸거에요
근데..본 사람은 없고, 소문일 뿐이잖아?
레이 카즈미 :일단 알았어. 아까 말한 건 비밀로 할게~ 난 약속은 지키거든.
레이 카즈미 :아 참, 나까지 죽으면 그 소문이 확실해지겠네~ 하하. (농담)
(이제 여기서 딱히 볼 일은 없는 것 같다. 자리를 떠난다.)
(밖으로 나갑니다)
어느새 바깥은 부드러워 보이는 밤의 장막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그 한가운데에 태양만큼이나 밝게 빛나는 그믐달이 걸려 있네요.
다행이네요. 이 정도로 밝은 달빛이라면 주문을 시전 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을 거예요.
그때, 본인 생각을 하는 줄은 어떻게 알고. 침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디스입니다.
그도 창 너머 환하게 뜬 달을 보면서 당신 곁으로 다가와 입을 엽니다.
레이 카즈미 :(갑자기..?) 달 좋아하죠.. 특히 물에 비치는 달빛을 좋아합니다.
아디스 블레이크:그래요? 되게 돌아다니는 성격이라 그런 감상적인 취향은 없을 거라 여겼는데.
뭐 상관없죠.... 그나저나 주문은 찾았어요? 적어도 하루에 두 번 정도는 시험해보고 싶은데.
레이 카즈미 :딱히 그렇게 돌아다니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까 서재에서 하나 찾았습니다. (주문서를 꺼내든다)
아디스 블레이크:성실하게 해주고 계셨네요. 잘했어요.(당신의 주문서를 받아 펼쳐 읽어본다)
음... 지금 하기 좋네요.
레이 카즈미 :마침 달도 밝게 빛나고 있고 말이죠~..
..바로 할까요?
아디스 블레이크:그래요. (장갑을 벗고 주머니에 넣은다) 자... 시작해보죠(잠깐 당신을 본다)
아디스는 고요하고 붉은 눈으로 당신을 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당신 뒤로 다가갑니다
살랑거리는 머리결 사이로 그녀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다가
뒤에서 느껴지는 아디스의 손길에 잠시 숨을 죽입니다
이윽고 천천히 뒤에서 뻗어나온 두 팔이 당신의 허리를 감싸다가
잠시 균형을 잃은 듯한 아디스의 발이 그만 당신의 등 뒤를 꾹 밀착합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살짝 힘 주어 당신을 안은 바람에 천 너머로 그녀의 몸이 느껴집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잠시, 균형을 잃었어요 미안해요.
뭐 상관없으니...
아디스 블레이크:그래요...(옅게 숨을 내뱉는다)
잠시 오르락 거리는 움직임을 느끼다가 그녀의 말에 따라 미약한 진동감을 느낍니다
아디스 블레이크:그럼... 당신부터 비밀을 말해줘요
아디스 블레이크:(당신의 말을 듣고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연다) 제 비밀은....
죽은 가족들은 전부 제 손으로 묻어줬어요. 그 장소는...'동이 틀 무렵, 수면 위로 생긴 길을 향해 동풍이 밀어주면 도달하는 곳'이에요
다음으로 궁금한 건 물으면 되군요... 음
당신은 제가 무섭나요
레이 카즈미 :처음 온다고 했을 땐 무서웠습니다. 그..소문이 있기도 했고 제가 아닌 제 동생을 데려갈 줄 알았거든요~.. 물론 그 다음에 사람 취급도 안 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하하, 지난 일이니까 지금은 괜찮습니다. 저택에서의 모습은 소문과는 달라서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음...말이 너무 많았나~..
아디스 블레이크:...그래요? 그렇군요... 아니요. 고마워요. 알려줘서. 그래서 당신은 제게 뭐가 궁금한가요?
레이 카즈미 :...후작님이 가족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아디스 블레이크:...(툭 잠시 당신의 등에 머리를 기댄다) 그냥 내 탓이에요. 모든게.... 나의 존재 자체가... 그들을 죽이게 만들었죠.
적어도 난 가족들을 죽일 만큼 싫어하진 않았어요
레이 카즈미 :들어보니 자신의 의지로 직접 죽인 것 같진 않네요.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고 해야하나~...
정원에서 유리 온실을 봤었는데, 그곳의 식물만 살아있더라구요? 바깥의 꽃들은 다 죽었던데~..그럼 정원의 식물도 후작님이 죽이게 만든 건가요?
아디스 블레이크:음, 당신을 죽일 일은 없을거에요. 내게 필요한 사람이잖아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한 건진 모르겠네요. 그 온실은 어떻게 찾아낸거고...
레이 카즈미 :아,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아디스 블레이크:...그곳은 제가 아끼는 곳이에요. 열심히 관리중이긴 한데.... 뭐, 어차피 저주가 풀리면 당신 꺼가 될거에요.
정원식물은... 네, 제 실수로 죽여버렸네요....
레이 카즈미 :아끼는 거라면 나한테 주지 않아도 되는데...
아디스 블레이크:...계약했잖아요. 전부 주기로.
레이 카즈미 :(그 저주라는 게 여기 있는 모두를 죽이게 한 건가..?)
하하...그렇죠.
질문은 여기까지 할까요?
아디스 블레이크:그래요. 특별히 궁금한게 없다면요.
열두 달의 영혼에게 명하노니,
지평 너머의 쪽빛을 울려 달아나게 하라.
(..주문을 외우고 기다린다)
아디스는 걸음을 뒤로 물러 곧바로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장갑을 꺼냅니다.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다음을 바라죠.
내일도 잘 부탁할게요. 잘 자고 내일 봐요.
이만 쉬겠습니다..
아디스는 당신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미련없이 방을 나섭니다.
레이 카즈미 :(쉬겠다고 말은 했지만...아직 피곤하진 않으니까 밖을 좀 더 둘러봐야겠네)
(방 밖으로 나갑니다)
당신 방 밖으로 나가면 어둑한 복도가 늘어섭니다
이거..소리나지 않게 조심히 다녀야겠는걸.
(응접실 방향으로 갑니다)
또 잠을 자지 않고 서적을 뒤적거리는 아디스가 보입니다
그녀는 책을 읽느라 정신없어 보입니다. 들어가버리면 아디스가 자러 가라고 할 듯 하네요.
레이 카즈미 :(응접실에 가려고 했는데...이러다간 들키겠는걸~..)
(정원으로 나갑니다)
정원에 도착하면 낮에 본 것과 별 다른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블레이크 가문의 상징인 뱀을 조각한 거대한 동상이 지키고 서 있는 저택의 입구입니다.
견고해 보이는 검은색 철문과 하늘처럼 솟은 날카로운 울타리는 아디스에게 붙어있는 소문을 사실처럼 보이게 합니다
더욱나 너무 어두워 보이는 건 [우체통] 하나 뿐입니다. 자세히 보려면 아침에 와야할 듯 합니다.
레이 카즈미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네...내일 다시 와야겠다.)
(우체통을 확인합니다)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낡고 바래 원래의 색을 알 수 없습니다.
레이 카즈미 :(우체물을 꺼내서 확인해 봅니다)
각종 살롱과 사교계에서 아디스를 초청하고 있으나, 여태 읽지도 않은 걸 보면 그 어떤 곳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개중 가장 최근 것으로 보이는 초대장을 보면,
수신자로 레이,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발신자가 누구인지와 그 내용은 흙탕물에 젖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 눅눅하니 바짝 말리면 보일 것 같기도 하고요….
어디서 보내온 [초대장]일까요? 그것도 당신에게 말이에요.
레이 카즈미 :이건..누가 보낸 건지 내가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네~..(초대장을 가져갑니다)
이젠 밤이 너무 늦어졌으니 이만 돌아가는게 좋겠어요
─────── CHAPTER 04 ───────둘째날
다음 날, 눈을 떠보면 침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곧장 귓가를 파고듭니다.
벌써 정오가 다 되어 가는 시간입니다
더 늦기 전에 점심을 드셔야 할 텐데...
당신이 아직도 자고 있는 줄 아는 모양인지, 걱정 어린 목소리가 문을 뚫고 들어옵니다.
그에게 기상했다고 알리자, 곧장 문이 열리고 점심이 담긴 트레이를 가지고 들어오는 콜린입니다.
레이 카즈미 :내가 직접 갔어도 됐는데 말이지. 고마워.
콜린:(사람 좋은 미소를 짓곤)간 밤에 좋은 꿈 꾸셨을까요?
오늘 주인님은 종일 [서재]에 계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낮에 4시간 정도는 서재에 와서 함께 독서하자고 전하시더라고요.
콜린:(꾸벅 인사를 하곤 점심만 두고 떠난다)
대부분의 흙이 떨어져 나가고 그 안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신자는 레이이며, 발신자는 레이의 아버지입니다.
그래도 몇 년간 얼굴을 보지 못했던 결혼 당한 형제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니!
하지만… 과연, 외출을 극도로 꺼리는 아디스가 함께 동행해 줄까요?
(서재로 향합니다)
차디찬 겨울날임에도 창문을 투과한 햇살이 따사롭게 반겨줍니다.
책먼지가 여유롭게 유영하는 공간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면,
창가 앞 책상에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디스가 보입니다.
길게 뻗은 속눈썹이 위에서 내려오는 빛을 받아 그의 뺨으로 긴 그림자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붓으로 그린 듯이 아름다운 피사체가 눈을 감고 잠들어 있으니 더더욱 한 폭의 명화처럼 보이네요.
레이 카즈미 :(깨워야하나 그냥 둬야하나~...)
후작님~..?
피곤하시면 침실에 들어가시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아디스 블레이크:(당신의 부름에 느리게 눈을 뜨다가 가만 당신을 보곤) 레이, 왔군요.
아뇨, 잠깐 피로했던 것 뿐이라.... 조사해야 할 것도 많으니 됐어요
참, 일주일 뒤에 파티가 열린다는데 가실 생각 없나요?
아디스 블레이크:파티요? (잠깐 생각하다가) 카즈미 가문에서 열리는 건가요?
레이 카즈미 :예. 저희 가문에서 연다고 참석하라고 하시네요. 아버지도 참~..
아디스 블레이크:그렇군요... 뭐 좋아요. 일주일 뒤라면 콜린에게 준비해두도록 하죠. 약속했던 데릴 사위값도 챙겨서.
레이 카즈미 :(음? 안 가실 줄 알았는데...의외네?)
아디스는 당신의 제안에 흔쾌히 수락합니다. 어쩌면 당신이 궁금한 무엇이든, 요구하는 것이든 웬만하면 들어주는 듯 합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음....(가만 책을 들여다보다가) 주문 하나를 찾았는데 간단한 주문이니 지금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이윽고 읽고 있던 책을 건네준다)
레이 카즈미 :이거..주문이 잘 안 보이는데 괜찮나요?
아디스 블레이크:음, 잘 들여다보면 알 수 있을 듯 한데....
아디스의 말대로 자세히 보면 보일듯 말듯 합니다
레이 카즈미 :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반쯤 보이는 글자로 얼추 유추해 내는 데 성공합니다.
‘안갯속에 감춰둔 살을 드러내어 망각의 단검을 내리꽂으리라.’
레이 카즈미 :음..자세히 들여다보니 알 것 같긴 하네요.
지금 바로 해볼까요?
아디스 블레이크:네, 많이 해보면 좋으니까요.
레이 카즈미 :(아디스의 옆에 가서 앉아 살짝 고개를 숙인다.) 이러면 쓰다듬기 좀 더 편하죠?
아디스 블레이크:(눈을 끔벅거리다 살며시 미소를 지은다) 네, 고마워요.
(곧 장갑을 벗어서 주머니에 넣은다)
별거 아닌 가벼운 접촉이라 여기지 말아야 했을까요
그 정도가 진하던, 진하지 않던 미묘한 긴장감과 농밀감을 잦아내는 듯 합니다.
당신의 머리카락 속을 점진적으로 집어삼키듯 파고드는 손길은 신경을 곤두서게 합니다
일부러인 듯 아닌 듯 귀 뒤쪽의 움푹 파인 곳을 스치는 손끝에,
익숙지 않은 곳만 골라서 짓누르던 손길이 금방 달래주는 손길로 바뀐 걸 보면요.
타인의 손이 닿지 않았던 여린 머리를 나긋하게 어루만져 줍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설마 긴장해요?(장난스럽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한다)
레이 카즈미 :(살짝 당황하며) 아, 하하....그럴리가 있나~..놀라긴 했지만 긴장까지는..
(그냥 쓰다듬는 게 아니었나?)
아디스 블레이크:그래요~?(여전히 계속 쓰다듬으며 장난스레 웃고 있을 뿐이다)
레이 카즈미 :그...못 믿는 눈치인데..진심이라니까요~
그럼..이제 좋아하는 걸 말하면 되죠? (말 돌리기)
레이 카즈미 :좋아하는 게 많은데....흠...
고르자면 바다랑 형제들..일까요~..
아디스 블레이크:바다요... (...) 보려면 멀리 떠나야할 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한 번 쯤은 보고 싶은 곳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건... 꽃이랑 고양이...였어요.
레이 카즈미 :(였다는 건..지금은 아니라는 건가? 아니면 좋아하는 것 마저 자신이 죽여버린 걸까?)
(뭐가 됐든 좋지 않은 얘기니 그거에 대해 물어보진 않아야겠네~...)
그렇군요..
다음은 싫어하는 거였죠?
레이 카즈미 :제가 싫어하는 건 속박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아,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어렸을 땐 당근을 싫어해서 편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기억이 안 나서 잘 모르겠지만요, 하하~..
아디스 블레이크:당근이요? 생각보다 어린애같은 구석이 있네요... 제가 싫어하는 건, 모든 걸 잃는 거에요. 허무함. 그 걸 가장 싫어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레이 카즈미 :그럼...계약이 끝나면 이혼도 하고 재산도 넘겨줘서 전부 잃는 거 아닌가요? 이런 계약을 쉽게 할 순 없었을 것 같은데~..
아디스 블레이크:후후...소를 위한 대의 희생이죠. 이 결벽증을 없앨 수 있다면 재산은 다 줘도 상관없으니까요
그럼 당신이 탐이 나는 건 저의 재산인가요?
레이 카즈미 :제가 탐내는 건 재산보다는 자유에 더 가깝다고 할까요~...재산은..그저 수단이에요.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수단. 그 재산을 주면 아버지는 나한테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그럼 저도 자유로워질 수 있겠죠, 하하.
아디스 블레이크:그래요... 어울리네요. 당신과....자유.
그렇다면 여기서 제가 탐이 나는 게 당신이라 하면 곤란하겠죠?
어..곤란하기보단 당황스럽네요~..어째서?
아디스 블레이크:(피식 웃곤) 거짓말이에요. 그냥 당신한테 장난치고 싶었어요.
제가 탐이 나는 건... 결벽증이 없던 과거... 아니 제 미래에요.
어쩌면 아무것도 없이 건강한 당신이 탐이 날 수 있지만, 전, 절 꽤나 좋아해서요.
레이 카즈미 :그런 장난..치지마세요. 속았잖습니까... 저주가 없을 미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신다는 거군요.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레이 카즈미 :이번엔..버리고 싶은 거군요. 딱히 버릴 만한 건 없는데~...굳이 고르자면 과거에 있었던 안 좋은 기억들을 버리고 싶네요. 잘 지내던 형제들과 헤어지는 건 꽤 슬펐거든요.
아디스 블레이크:흔하디 흔한...후회적 감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저또한 공감과 이해는 되네요... 제가 버리고 싶은게 장갑이니까요....
제가 당신의 첫인상의 말해야 하군요...
음, (가만 당신의 얼굴을 살피다가) 제가 당신의 처음 마주했을 땐...
능글거리고 요령도 잘 피울 듯한 여우같아 보여서 목숨줄은 길겠구나-... 싶었어요.
레이 카즈미 :되게...정확하게 알아보셨군요. 신기하네요~..(그냥 내가 생긴대로 행동하는 편인가..?) 지금은 후작님 앞이기도 하고, 약속한 것도 있어서 좀 조용히 지내는 편이지만요~..
이제 제가 말할 차례인가요.
감정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해야하나..좀처럼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걸 내려다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구요.
그저 첫인상이니까요~..지금은 아닙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아주 틀린 말은 아닐 걸요... 애초에 남들보다 공감을 잘 못하는 건 사실이고.... 태생 후작으로 태어났다 보니 뭐...
너무 길게 말했네요... 주문 외우죠...
(아디스를 바라보며) 안갯속에 감춰둔 살을 드러내어 망각의 단검을 내리꽂으리라.
(주문을 외우고 기다린다)
아디스는 말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장갑을 꺼내고
아디스 블레이크:아니군요... 마저 주문이나 찾아보죠
잠깐..궁금한 게 있는데~..
아디스 블레이크:(책을 찾으러 가려다가 멈칫 걸음을 멈추고 당신을 본다) 뭔가요
레이 카즈미 :최근..기침을 하는 것 같진 않네요? 기침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아디스 블레이크:그걸.... 신경 쓰고 있는지 몰랐는데요...
(잠깐 생각해보다가) 그러네요. 전보단... 줄긴 했어요.
레이 카즈미 :흠...주문이 효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던 걸까요~..
그건... 확실히 아니에요.
주문이나 찾으러 가보겠습니다.
한참이나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아디스를 외면하고 책을 찾으러 가봅시다
레이 카즈미 :
교육
기준치: |
50/25/10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꽤나 유용한 책을 찾아내서 한참이나 읽어봅니다
간간이 넘기는 종이 소리와 아디스의 고른 숨소리를 배경 삼아 책을 읽어내려갑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읽다 보면, 드디어 쓸만한 주문을 찾고야 맙니다!
레이 카즈미 :(이거..주문이 갈수록 참....)
할 수 있을까, 걱정은 되긴 하지만 어서 아디스에게 알려줍시다.
레이 카즈미 :(아디스에게 다가간다) 후작님~?
주문 하나 찾았는데 말이죠~..
아디스 블레이크:(시선을 책에서 당신께로 옮기고) 뭔가요?
아디스 블레이크:음, 준비가 필요한 주문이네요...
콜린에게 말해둘테니 오늘 저녁에 하죠
음..네. 그러죠.
아디스 블레이크:음-.... 잠시 책상 의자에 앉은채로 가만히 있어 볼래요?
....할 것도 딱히 없으니..그러도록 하죠.
(의자에 앉아 가만히 있어봅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의문을 갖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당신의 한쪽 발목으로 어떠한 감촉이 스멀스멀 타고 오르는 생경함이 느껴집니다.
그 간질한 감촉은 곧 종아리까지 타고 오릅니다.
후작님..?
아디스 블레이크:방금-... 찾은 주문인데요...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추어 올린 아디스가 이것은 주문을 시전 하는 중이라고 말하며 점점 과감하게 터치하기 시작합니다.
느슨하게 웃는 낯으로 아래는 자꾸만 아슬아슬한 선을 오갑니다
레이 카즈미 :잠..잠깐만요~...후작님? 이런 것도 주문이라면 제게 얘기를 해줬어야...
아디스 블레이크:지금 얘기해주고 있지 않나요~?(고개를 살짝 기울고 눈꼬리를 휘은다) 왜요?
불편해요?
레이 카즈미 :그게..시전어라던가...그런 건..?
불편한 건 아니고..갑작스러워서 그런 겁니다.
하고 웃음이 터진 아디스가 입가를 가린 채 큭큭댑니다.
보기 드물게 눈꼬리까지 휘어져서 홍조를 띄우고 웃다가, 작게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아디스 블레이크:네~, 그냥 너무 무거워졌나 싶어서요
그리고 한 편으론....
우리의 주문이 점점 과감해지는 일이 많아지는데
당신이 날 위해 참아줄 수 있나... 궁금했거든요
레이 카즈미 :확실히...주문이 과감해진다는 게 느껴지긴 했어요.
(목덜미에 잇자국..이라니)
주문을 시전하려면..어떻게든 참아봐야죠~...
아디스 블레이크:흐응....그럼 내가 당신께 매력이 있나 보군요-... 달리 반응이 없는게 내가 매력이 없거나... 당신이 여자한테 관심없는 사람인가 싶었거든요.
레이 카즈미 :하하....그럴리가 있겠나요~..여자에게 관심이야 있긴 합니다.
후작님이나 되는 분께 어떻게 그러겠어요~...
아디스 블레이크:꽤나 성실하고 믿음직스러운 답변이네요.
정말로 오늘 장난은 그만칠게요. 음, 아마도 말이죠? 남은 시간은 자유롭게 돌아다녀요.
저는 서재에 좀 더 남아서 책 좀 살필게요
(끝났나..)
그녀의 짖궃은 장난에 당신이 꽤나 피로해졌든 말든 아디스는 전보단 기분 좋아보이는 듯 합니다
레이 카즈미 :(어제 못 가봤으니까...응접실에 갑니다)
첫날에 왔을 때와 별반 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레이님 맞으시죠?
맞긴 하다만..
아이샤:처음 뵙습니다. 저는 저택의
[뒤뜰]을 관리하는 아이샤라고 해요.
지금 주인님은 서재에 계시는 거로 아는데... 찾고 계시는 중인가요?
아니, 방금 만났어. 괜찮아~
그러고보니 정원이나 온실에 대해선 아이샤가 더 잘 알 듯 한데 궁금한게 있다면 물어도 좋을 듯 합니다
레이 카즈미 :참, 아이샤. 정원 뒤쪽에 잠겨있는 곳이 있던데 말이지~ 뭐 하는 곳인지 알 수 있을까?
아이샤:정원 뒤쪽이요? 아...그 뒷길로 가는 곳 말씀하시군요. 음... 저는 이곳에 들어온지 그렇게 길지 못해서 잘 몰라요.
제가 제일 잘 아는 곳은 온실에 관해서 뿐입니다.
사용인 중에 그나마 오래 일한 건 콜린 뿐이에요
다른 사용인 들은 전부 일한지 3년 이상되지 못했거든요
레이 카즈미 :그래..? 왜 3년 이상 일하지 못 했지? 전부 그만둔건가?
아이샤:아무래도... 소문 때문에 다들 금방 두는 편이라서요...
사실 좀 이상하긴 해요. 후작님은 소문과 달리 그리 화내는 일도 없으신데....
그러니 금방 둬도 무어라 두지 않으시는 거죠.
레이 카즈미 :확실히....소문과는 많이 다른 편이긴 했지.
이상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네~..
아이샤. 온실 잠겨있던데, 열어줄 수 있어?
아이샤:아.... 그건... 다소 곤란합니다...
주인님께서 워낙 아끼기도 하고... 날씨와 기온에 예민한 식물들이 많아서요...
레이 카즈미 :음~..들어가보고 싶었는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아이샤는 최대한 완곡히 거절하고 있지만 잘 구슬리면 설득할 수 있을 듯 보입니다
레이, 당신은 아이샤에게 대인기능 판정 가능합니다
레이 카즈미 :
말재주
기준치: |
55/27/11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레이 카즈미 :
말재주
기준치: |
55/27/11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화려한 말재주로 아이샤를 납득 시킵니다
어차피 배우자고 후작님이 금지한 건 아니었다-
오늘은 온실 관리가 끝나서 안 되고, 일주일 후에 뒤뜰에 오시면 잠깐 구경시켜드릴게요
레이 카즈미 :정말? 알았어~ 나중에 안 열어주면 안 된다?
레이 카즈미 :그러고보니 아이샤~ 정원 식물은 다 죽었는데 온실 식물만 멀쩡한 이유, 알고있어?
전부터 궁금했거든~
아이샤:음 글쎄요....? 그건 저도 잘...
아마 그나마 온실은 후작님께서도 신경 써서 관리해서 그런게 아닐까요
그러고보니 후작님이 잘 애용하시는 책갈피도 거기 온실에서 따신 꽃으로 만드시거든요!
관리를 잘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도 들었는걸요!(후훗!)
레이 카즈미 :(죽은 꽃들로 책갈피를 만든 게 아니었나..?)
아이샤:어머, 할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나 시간을 죽치고 있었다니...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주일 뒤에 뵈어요. 레이님.
(또 뭐 할만한 게 있나...)
살필만한 곳은 [아디스의 침실],[저택입구] 입니다
레이 카즈미 :(후작님의 침실에 가도 되는건가....? 일단 가보자)
(아디스의 침실로 갑니다)
복도 끝에 아디스의 침실로 보이는 문이 보입니다.
꽤 육중해 보이는 문은 보이는 것만큼이나 단단하게 잠겨 있습니다.
레이 카즈미 :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다 우연히 문 손잡이의 [열쇠 구멍]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주 작은 열쇠로 열릴 것 같지만, 평범한 모양새의 열쇠로는 어림도 없겠네요.
다른 곳도 둘러볼까..
(저택입구로 갑니다)
[소각장] 쪽에서 연기 한 줄기가 가느다랗게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봅니다)
다가가보면, 쓰레기를 태우는 중이었는지 한쪽에 쓰레기 더미가 보입니다.
업무를 맡은 사용인은 다가온 당신을 보고 꾸벅 인사를 마친 채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갑니다.
쓰레기 더미를 힐긋 바라보면, 대부분이 서적입니다.
하나같이 책갈피가 꽂혀있는 걸 보면 이미 조사를 마치고 자리를 비울 겸 태워버리는 것 같습니다.
레이 카즈미 :
운
기준치: |
75/37/15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때, 쓰레기들 틈에서 아디스의 것으로 보이는 [다이어리] 를 발견합니다.
(어차피 필요없었으니 버렸겠지.)
(가져가서 본다)
[다이어리]를 확인해 보면, 작은 자물쇠가 걸려있어 안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자물쇠는 [열쇠 구멍]이 상당히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레이 카즈미 :(몰래 가져온 걸 들키면 안 되겠지..안 보이는 곳에 둬야겠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저택 안으로 돌아갑니다)
욕실 문이 살짝 열려있고 빛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수증기에 가려져 실루엣만 살짝 보일 정도의 은은한 빛을 내고 있는 전등과 유려한 곡선을 가진 욕조가 보입니다.
사람 두어 명이 들어가도 충분히 넓어 보이는 욕조에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따스한 물이 받아져 있네요.
하지만 대체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준비한 건지…
물 위에 붉은 장미꽃잎 또한 가득 띄워져 있네요.
레이 카즈미 :(콜린....그런 게 아닌데...)
그리고 그 옆의 벽걸이엔 얇은 가운이 두 벌 걸려 있습니다.
아마도 갈아입고 들어가란 뜻으로 준비해 둔 것이겠지만…
얇은 재질이라 물에 젖으면 조금은 살결이 비칠지도 모르겠네요.
레이 카즈미 :함께 들어가야 하니까..옷만 미리 갈아입고 후작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릴까~..
(가운으로 갈아입습니다)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는 거로 봐선 아디스가 찾아온 듯 합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음(욕조랑 가운을 보곤) 콜린이 상당히 열심히 준비해뒀네요......
금방 갈아입고 갈게요 기다리고 있어요.
레이 카즈미 :천천히 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바깥에서 천자락이 떨어지는 소리들이 이상하리 만치 유독 크게 들립니다
잠깐의 기다림 끝에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디스는 말 끝으로 당신의 맞은편 쪽에서 욕조로 들어옵니다
살짝 출렁거리는 물결에 가운은 서서히 젖어듭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잇자국이라... 살면서 처음 남겠네요....
레이 카즈미 :(끄응) 저도 이런 건 익숙하지 않은데..
살면서 처음..인가요...
아디스 블레이크:뭐... 달리 만나는 사람은 없었으니...
천천히 레이에게로 다가온 아디스는 바짝 붙어있습니다.
붉은 눈동자는 당신을 담고 짙은 시선을 공유합니다
아디스 블레이크:당신이 긴장한 듯 하니... 내가 먼저해줄까요?
말 끝으로 천천히 아래로 속눈썹을 드리웁니다.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은 당신의 드러난 목덜미.
저도 모르게 삼킨 마른침이 그 시선을 따라 울대를 지나고, 분명… 도드라지게 보였을 테죠
아디스가 젖은 손으로 당신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다가 좀 더 밀착합니다.
젖은 가운끼리 붙는 순간 애써 외면해온 감촉이 선연히 느껴집니다
레이 카즈미 :(여기까지 왔는데 뭘 어떻게 할 수도 없고..참아야지)
그때 고개를 살짝 꺾고 당신을 바라보던 아디스가 당신을 달랩니다
레이 카즈미 :(그런 말 해도 마음대로 안 되는 걸...)
노력해볼게요~...
애석하게도 당신의 마음을 모르는 아디스는 목덜미에 부드러운 손길이 잠깐 스쳐 만지다가
당신의 살결을 잘 짜인 벨벳 같은 입술이 감싸고,
이내 단단한 이가 다가와 한 움큼 베어뭅니다.
아프지 않도록 천천히, 짓누르듯 파고드는 이가 아릿한 욱신거림을 안겨줍니다.
(역시...이런 건 적응이 안 돼~..)
아디스 블레이크:(천천히 입을 떼곤) 아팠어요?
레이 카즈미 :하하, 그렇게 안 아팠어요~..아주 약간?
아디스 블레이크:그래요? 소리를 내길래... 다행이네요
그러면...( 자신의 머리칼을 옆으로 넘기고 목덜미를 드러낸다)
저도 아프지 않게 부탁드릴게요
될 수 있으면 최대한 안 아프게 해보도록 하죠~..
아디스 블레이크:피만 나게 하지 말아요-(좀 더 하기 편하라는 듯 살짝 더 붙어준다)
레이 카즈미 :(아디스에게 가까이..다가갑니다)
그정도로 세게 하진 않을거예요
(후우....살짝 심호흡을 하고 아디스의 목덜미를 적당히 느릿하게 깨뭅니다. 자국이 남았나 싶었을 쯤에 천천히 입을 뗍니다.)
당신이 아디스를 물었을 때 흠칫 몸을 떨어지면 이내 얌전해집니다
아디스의 하얀 목덜미도, 당신의 목덜미에도 확실하게 잇자국이 남았습니다
레이 카즈미 :처음..이시라고 했죠. 괜찮았나요?
아디스 블레이크:(당신의 말에 눈을 끔벅거리고 잠깐 무어라 못하다가) 그거...
되게 첫날밤에 하는 말 같은 거 알아요?
그런 생각은 못 했는데 말이죠..
아디스 블레이크:(한숨을 내뱉다가 툭 당신께 머리를 잠깐 기대고 웅얼거린다) 그렇게 물으시면 괜찮다고도 나쁘다고도 대답하기 어려워요...
뭐-... 굳이 평가를 내리면 괜찮아요.
레이 카즈미 :처음인데 안 괜찮으면 그 후로 계속 싫다는 느낌만 들잖아요.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그럼...주문, 외워볼게요.
내 입 안에 그대의 목숨을 취하노니, 노래를 부르며 받들어 경배하라.
(주문을 외우고 기다린다)
딱히 된 것 같진 않은데...
그럼... 먼저 나가볼게요....
레이 카즈미 :내일 또 다른 주문을 찾아봐야겠네..
아, 네. 저는 좀 더 있다가 나갈게요
잠깐동안 옷을 갈아입는 듯한 소리가 들리다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레이 카즈미 :(욕조에서 나간 후 옷을 다시 갈아입는다)
달리 할 일도 없으니 곧 바로 자는게 좋겠네요
레이 카즈미 :(침대에 누워서....잠깐 뒤척거리다 잡니다)
─────── CHAPTER 05 ───────일주일 뒤
드나드는 사람이 없는 이 저택은 도통 큰일이 벌어지는 법이 없고,
그렇게 찾은 주문을 아디스와 함께 하나씩 하나씩 시험해 나가는
그리 특별할 것 없이 되풀이되는 일상은 쉽게 지루해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근 일주일간 단 한시도 지루하다고 느끼지 못했죠.
그야… 아침부터 주문을 시험하자고 찾아온 아디스가,
아디스 블레이크:거미가 타고 올라갑니다~(작게 흥얼거리면서 살살 당신의 팔뚝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인다)
아디스 블레이크:음, 설마 이 정도도 못 참는 건 아니죠? 성실하게 해줘야해요?
당신 위에 올라타서 이런 식의 짓궂게 장난치기 때문이죠.
아디스 블레이크:흐음... 얼마나 참을 수 있나 확인해볼래요?
그럼 할 수 밖에..
아디스 블레이크:하도 별의 별 주문이 있으니... 이런 것도 있을 수 있죠~
(당신 위에서 내려와 옆에 앉곤) 이왕 하는 거 재밌게 해봐요
레이 카즈미 :(하긴...이것저것 다 해봤으니까 이런 주문도 있겠네)
하라는 대로 해야죠~ 저는 뭘 하면 되는 건가요?
이렇듯, 아디스와 함께 하루가 멀다 하고 주문에 나와있는 각종 방법을 시험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죠.
시험이 끝나자마자 아디스는 주머니에서 장갑을 빼서 끼고는 말합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카즈미네에서 열리는 파티가 저녁부터라고 들었어요
그전까지 자유롭게 있다가 5시에 로비에서 봐요
아, 그래도 꼭 서재 들려서 조사해주시고요
물론이죠. 그럼 나중에 봐요~
레이 카즈미 :(들려야 하는 곳부터 가자. 서재부터 간다.)
가득한 책 더미 속에서 쓸만한 책을 찾아내보십시다
레이 카즈미 :
자료조사
기준치: |
50/25/10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유난히 찾기 어렵군요... 한 번 더 찾아봅시다
레이 카즈미 :
자료조사
기준치: |
50/25/10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아디스 블레이크:
오늘은 유독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한 번 더 찾아보나요 레이?
레이 카즈미 :(찾을 때까지 계속 뒤져봐야지..)
레이 카즈미 :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꽤나 많은 시간을 소비했지만 결국 못 찾나 싶었을 때....
(이번 주문도..참.......)
(이 정도면 사실 주문이 아닌데 주문인 척 하는 거 아냐?)
찾았으니 바로 보여주러 갈까~..
그전에 레이, 당신은 아이샤와 한 약속을 잊었나요?
그럼..이건 나중에 할까. (주문서를 챙긴 후 뒤뜰로 갑니다)
샛길 초입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아이샤와 만납니다.
그렇게 유리 온실로 향하는 길에 아이샤가 몇 번이고 당부합니다
아이샤:간절히 부탁하셔서 구경시켜 드리는 것이지만... 주인님께 들키면 정말 사달이 날 거에요
그러니 절대로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레이 카즈미 :알았어, 알았어~...말 안 할게. 조용히 구경만 하고 나올 거니까~
아, 그러고보니 레이님께서 물으셨던 정원뒷길
제가 콜린에게 물어보니
그곳은 정원 뒤 [하천]이랑 이어지는 곳이래요
썩은 물도 가득하고 위험해서 주인님께서 막아뒀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레이님도 그곳은 안 가시는게 좋으실 듯해요
레이 카즈미 :그래서 잠겨있었나 보네. 고마워, 참고할게~
아이샤와의 짧은 말 끝으로 드디어 유리온실로 들어갑니다
자체적으로 생태계가 형성된 듯 나비와 벌이 팔랑팔랑 날아다니고,
파릇한 식물과 갖가지 색으로 스스로를 뽐내는 꽃들이 당신을 반갑게 환대합니다.
아이샤:그럼 잠시 구경하고 계셔요? 저는 얼른 비료를 뿌리고 올게요.
(바깥이랑은 완전히 딴판이네~ 그래..이게 제대로 된 정원이지.)
(온실 내부를 둘러본다)
열대지방에서만 자랄 수 있을 식물들도 많고 아름답게 잘 피워있습니다
몇몇 꽃이나 식물은 책갈피로 쓰인 것을 보았기에 익숙합니다
아디스가 아끼고 관리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 듯 합니다
레이 카즈미 :(확실히 이 정도면..아끼는 티가 나네. 역시 계약이 끝나도 온실만큼은 돌려주는 게 나을려나~...)
(건들지 말고 눈으로만 보는 게 낫겠지.)
당신은 눈을 현혹하는 꽃들을 구경하기 하다보니…
주, 주인님께서 오셔요!
어어...그래
어느새 다급히 달려온 아이샤가 당신을 무성한 수풀 사이로 밀어 넣습니다.
아이샤:제, 제가 주인님 시선을 끌 테니, 죄송하지만 그 사이에 온실에서 빠져나가 주세요…!
아이샤가 사색이 된 표정을 지우고 서둘러 아디스에게 다가갑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온실 문이 왜 열려 있....
아이샤?
제가 먼저 들어와서 비료를 주고 있었답니다!
얼추 다 뿌린 듯 하니 그만 가보렴
나는 잠시 머물다가 가볼테니
문은 내가 잠그마
꾸벅 정중히 인사한 아이샤가 당신이 숨어있는 곳을 힐끔 불안하게 쳐다보고는
어쩌다가 이곳에 아디스와 단 둘이 남게 된 걸까요…!
상황을 봐서 아디스가 한 눈을 팔면 그때를 틈 타 나가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디스 블레이크:(나가는 아이샤를 잠깐 보다가 짧은 한숨 끝내 온실을 둘러본다)
(천천히 걷다가 한 곳에 우뚝 멈춘다)
아디스는 풍성하게 자란 어느 화단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마치 크게 화가 난 사람처럼 별안간 손을 크게 벌려 꽃들을 한 움큼 쥐어뜯습니다.
쥐어뜯은 꽃들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또다시 왕창 뜯기 시작하니까요.
숨을 헐떡일 때까지 몇 번이고 그 짓을 반복합니다.
그러다 완전히 멈추었을 땐 양팔을 감싸안으며 몸을 떨며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입니다.
레이 카즈미 :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아, 그저 죽은 꽃을 솎아내고 있었던 것뿐일까요?
그의 손에 엉긴 죽은 꽃들이 유독 눈에 띕니다.
레이 카즈미 :(살아있지 않았었나? 원래부터 죽어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이게 그 저주인가...? 결벽증이랑은 관련 없어 보인다만..)
(아, 이게 문제가 아니지. 언제쯤 나갈 수 있지?)
아디스 몰래 온실을 나가기엔 지금이 적기인 것 같습니다.
레이 카즈미 :
은밀행동
기준치: |
20/10/4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온실에 몰래 들어왔다는 사실을 들키면 분명 당신에게 실망하거나 화를 낼지도 모릅니다.
구정물에 흠뻑 젖은 마수가 번들거리는 노란 눈을 치뜬 채,
검디검은 흑표범을 닮은 마수가 울음소리를 냅니다.
당신이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날렵하게 달려듭니다.
허공으로 치켜든 발톱은 당신의 얼굴만 해 보입니다.
저것에 찢기면… 과연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까요?
레이 카즈미 :하하, 이런식으로 죽고싶진 않다구~..
(저거랑 싸울 수가 있기나 하겠냐....냅다 도망갑니다)
레이 카즈미 :
민첩
기준치: |
70/35/14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발톱을 피해 몸을 비틀어보지만,
당신을 스쳐 지나가 매끄럽게 착지한 마수가 당신을 한 번에 죽이지 못한 것이 억울한지 으르렁거립니다.
레이 카즈미 :잠깐, 잠깐. 나 오늘 파티 가야한다고?
지금은 피하기도 어려운 막다른길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레이 카즈미 :이런식으로 나오면 곤란해~..?
먹잇감의 상태를 알아차린 마수가 이빨을 전부 드러내며 주둥이를 크게 벌리고 튀어 오릅니다.
측면에서 갑자기 등장한 아디스가 당신에게 달려드는 마수를 강하게 밀쳐냅니다.
무방비한 측면을 공격당한 마수가 허공에서 중심을 잃고 곧장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빠르게 다가와 당신의 손목을 붙잡은 아디스가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레이 카즈미 :후작님..? (무슨 행동을 할 틈도 없이 끌려갑니다)
그야 탐스러운 먹잇감이 두배로 불어난 것에 불과하니까요.
침을 주룩 늘어뜨리는 마수가 입맛을 다십니다.
당신을 어떻게든 가리려고 애쓰는 아디스의 머리부터 와그작 씹어 삼켜지겠죠.
레이 카즈미 :후작님~...후작님이 키우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러다가 잡아먹힌다구요~..?
아디스 블레이크:일단은 그냥 가만히 내 말대로 해요...!
(당신이 어딜 가지 못하도록 꽉 안고 있다)
레이 카즈미 :네? 그..그럴게요. (아무것도 못하고...안겨있는 중..)
마수는 그 사이 맛있는 먹잇감을 골리듯 살금 살금 다가옵니다
아무리 인간의 몸으로 마수를 따돌리기 쉽지 않다지만
이윽고 아디스의 어깨너머로 빠르게 달려와 하늘높이 튀어 오르는 마수가 보입니다.
일순간 예측될 미래에 저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습니다.
바닥에 처참히 뒹구는 채로 죽어있는 마수가 보입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저 녀석, 아마 썩은 하천을 건너서 온 듯 해요...
그 썩은 물에 흠뻑 젖었으니 오래 못 버틸 듯 했고
자칫 도망쳐서 일이 번지는 것보단 버티는게 낫다 싶었던 거죠.
레이 카즈미 :그래도 너무 아슬아슬했는데요...
대체 뭐한다고 이 샛길에 계시죠?
(이윽고 당신의 팔을 보고 한숨을 쉰다) 게다가 몸은 너덜너덜해지시고...
아....이건..그냥 살짝 긁힌 거라 괜찮습니다. 멀쩡한 걸요~..
아디스 블레이크:말이 되는 소릴 해요.(당신의 손을 잡다가)
자, 가요. 치료해줄게요.
레이 카즈미 :정말..괜찮은데~... (손 잡고 아디스를 따라갑니다)
당신을 끌고 온 아디스는 콜린을 불러 치료용품을 가져오게 합니다
왠걸, 콜린을 무르고 자신이 직접 정성스레 해줍니다
레이 카즈미 :제가 해도 괜찮은데 말이죠~...
아디스 블레이크:됐어요. 다친 사람이 뭘 하시겠다고.
(신중하게 붕대를 감싸주고나서) 한동안 조심하는게 좋겠어요. 상처에 덧나지 않게 관리하라고 콜린에게 시킬게요...
레이 카즈미 :걱정 마세요~..보이는 것과 다르게 정말 멀쩡해요.
그래도..혹시 모르니까 조심할게요.
아무리 계약관계라도 당신은 지금 제 배우자에요
아디스 블레이크:그럼.... 쉬어요. 이따 로비에서 만나도록 하고요.
레이 카즈미 :(뭔가 신경쓰이게 한 것 같아서 좀 미안한데..)
네, 나중에 다시 뵐게요
아디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갑니다
이윽고 홀로가 된 당신은 달리 할 일도 없으니...
레이 카즈미 :아, 주문서 얘기..깜빡했네~...
좀 쉴까....
당신은 그대로 침대에 누워 남은 시간은 잠을 청합니다
─────── CHAPTER 05 ───────파티
아디스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얼굴을 제외한 부위를 꼼꼼하게 감춘 차림을 하고 있습니다.
아아, 그러고 보니 그는 결벽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었죠?
아디스 블레이크:뭐, 에스코트-...같은 거로 하죠(손을 내민다)
마차는 대놓았으니 바로 출발할 수 있어요
레이 카즈미 :하하...오히려 제가 해야할 것 같은데~.. (손 잡고 마차로 갑니다)
아디스 블레이크:(피식 웃곤)다음엔 당신이 해주던가요.
레이 카즈미 :그럴까요? 언젠가 꼭 해드리죠.
옆에 나란히 앉은 모습이 왜 이렇게 어색한가 했더니…
이곳에 처음 올 때만 하더라도 이 마차를 혼자서 타고 왔었죠.
아디스는 굳이 굳이 말을 타고 따로 떨어져서 왔고요.
레이 카즈미 :(생각해보니 그땐 그랬었지~...)
(지금은....그냥 보여주기 식인가? 잘 모르겠네~ .그래도 그때보단 관계가 좀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는데.)
레이 카즈미 :..아. 딱히...별 생각 안 했어요~..
아디스 블레이크:그래요? 되게 생각에 빠져있길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 했네요.
레이 카즈미 :하하, 고민이라니~...아닙니다. 정말..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디스 블레이크:알겠어요....(말 끝으로 잠깐 제 얼굴을 매만지다가) 새벽에도 주문을 찾느라 조금 졸리네요...
도착하면 깨워줄 수 있나요?
아디스 블레이크:고마워요-(이윽고 눈을 감고 금세 잠이 든다)
이젠 타인이라 부르기도 어려울 그런 정도입니다
그리고 당신 또한, 이러한 접촉이 더이상 낯설지 않네요.
우리는 어느 틈에… 이런 맞닿음이 편안해진 사이가 된 걸까요.
레이 카즈미 :(고작 일주일 밖에 안 됐는데 벌써 적응된 건가~...)
(아니면....주문 때문에 그런걸지도..?)
레이 카즈미 :후작님~? 일어나시죠. 도착했다구요~..
아디스 블레이크:아...(느리게 끔벅이다 눈을 뜨다가 본인 자세를 알아차리곤) 저런, 불편하면 깨우지 그랬어요
레이 카즈미 :별로 불편하진 않았어서..괜찮습니다
오히려 제가 깨우면 후작님이 더 불편했을 거예요~ 피곤하셨을텐데....
아디스 블레이크:(미묘하게 당신을 바라보다가) 그래요...배려, 고마워요. 내리죠...
레이 카즈미 :(먼저 내려서 손 건넨다) 이젠 제가 할 차례네요. 에스코트 말이에요~
아디스 블레이크:허, 참..... 당신은....(굳어 있던 표정을 풀고 웃음을 작게 터트리다가 손을 잡는다) 고마워요. 나의 배우자님~?
아버지:(둘을 보더니 흥미롭다는 듯 눈빛을 빛내다가 마차에 시선이 꽂히곤) 큼, 둘이 아주 잘 지내는 듯 하시군요...
그럼.... 약속한 것도....?
레이 카즈미 :(아버지..저한테는 관심이 없나보네요~ 뭐. 늘 그러셨으니...)
아디스 블레이크:데릴사위값은 마차에 있으니 사용인에게 옮기라 전하겠네.(웃던 얼굴을 금세 지우고 무표정으로 대한다)
... 그나저나, 그대는 후자의 배우자에겐 인사도 안 건네나 보나?(서늘하게 그의 아버지에게 대꾸하고 레이를 보곤) 당신이 안내해줘요. 전 잘 모르니.
레이 카즈미 :어? 아, 네.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집을 떠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되게 오랜만에 온 것처럼 느껴지네~..)
잠시나마 기쁘게 맞이하던 당신의 아버지는 일침에 헛기침을 하다가
어떻게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려 하지만 기분이 좋지 못했는지
그럼에도 연신 마차에 있는 데릴사위값을 흘긋대는 걸 보면 당연한 처사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그를 지나치고 당신과 아디스는 집으로 들어갑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에릭을 포함해서 결혼해서 못 만났던 형제들까지 차례차례로 모여 들어 당신을 반깁니다
형 덕에... 약혼녀와 다음해 봄에는 결혼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어...
고마워 정말...
레이 카즈미 :하하, 정말? 잘 됐네~ 축하해.
결혼식 하게되면 꼭 보러갈게.
에릭:응! 꼭 와.... 그리고...(흘긋 아디스를 보다가)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어, 둘이 사이 좋아...? 괜찮으면 혼자 와도 돼
레이 카즈미 :음? 아아...싸운 적도 없고, 나름 잘 지냈는데..사이가 좋은건지는 모르겠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에릭:그래...? 되게 후작님은 무섭게 생기셔서... 힘들진 않나 싶었는데...
잘 지내나보네 다행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과 인사를 하고, 아디스를 소개하고, 결혼식을 대신한 파티가 진행됩니다.
아무래도 평소보다 더 북적거리는 탓에 아디스는 파티 내내 홀로 멀찍이 떨어져 있었지만 말이에요.
저렇게 결벽 증세 때문에 힘들어할 거면서 굳이 왜 따라왔는지….
(아디스에게 다가간다) 후작님? 많이 불편하신가요?
아디스 블레이크:음? (북적거리는 사람을 흘긋 거리다가 제 장갑을 보곤) 아뇨 괜찮아요...
모처럼 가족과 보내는 시간 아니신가요. 전 신경 쓰지 않고 즐기셔도 돼요.
레이 카즈미 :그래도..어떻게 후작님을 혼자 두고 저만 즐길 수 있겠어요~ 초대한 건 저희 쪽인데..그냥 두면 후작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그리고 전..배우자잖아요
아디스 블레이크:(말없이 당신을 보다가 고민하다가 입을 여는 듯 하다가) 레이, 있잖아요.. 당신은 자주...
홀의 앞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지금부터 카즈미 가문의 위대한 역사에 관한 인형극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박수로 응원해 주십시오!
인형극을 보여준다는 말에 어린 형제들은 이미 우르르 달려 나가 앞 줄에 자리하고,
손위 형제들도 기웃거리며 슬슬 앞으로 이동합니다.
레이 카즈미 :그러죠~ 아까 무슨 말 하려고 하지 않았나요?
아디스 블레이크:아뇨.... 잘못 들으신 걸거에요.
처음 장면은 위험에 처한 황제 앞에 나타난 멋진 기사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용맹한 기사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황제를 죽음에서 구출해 냅니다.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자신을 구해준 기사에게 신분과 명예를 안겨주고, 그를 자신의 ‘호위 기사’로 임명합니다.
그리고 그 가문은 대대손손 그 명맥을 이어받아 걸출한 호위기사들을 배출하며 점점 성장하죠.
아디스 블레이크:생각보다 가문의 역사가 대단하네요?
아디스가 당신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입니다.
하긴, 지금은 몰락해서 바닥을 기고 있으니 몰랐을 만도 하죠.
그 가문의 후손인 당신조차 이러한 역사와 배경을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까요.
이윽고 인형극은 선조들의 훌륭한 긍지를 기리고, 그들의 영혼에 깃든 호위의 힘을 자랑하는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한 선조가 자신의 주인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용을 향해서 검을 치켜들지만, 너무도 강력한 용의 힘에 점점 쓰러지려는 찰나.
후손 중에 누구 도와줄 사람이 없을까요?
아! 저기 계시는 레이 님!
부디 저와 함께 호위의 힘을 모아 저 사악한 용을 함께 무찔러 주세요…!
선조의 인형을 다루고 있던 인형술사가 난데없이 당신을 콕 집어 연극에 잠시 참여해 주길 바랍니다.
그의 말에 어린 형제들이 눈을 반짝이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인형술사:네! 부디 절 도와 함께 사악한 용을 무찌르죠!
동생:우와....형, 호위의 힘을 보여주는 거야?
레이 카즈미 :하하...애들이 기대하는 눈치인데, 안 할 수가 없지~
(아디스를 바라보곤) 잠시 다녀올게요.
아디스 블레이크:(살짝 키득거리다가 다녀오란듯 손짓한다)
등쌀에 밀려 앞으로 나가면, 인형술사가 당신에게 목검을 내밀며 은밀하게 속삭입니다.
인형술사:제가 ‘사악한 용을 무찌르자!’ 하고 소리치면 검으로 용을 찔러주세요.
이윽고 인형술사는 용 인형을 향해 선조 인형을 들고 “사악한 용을 무찌르자!!” 하고 소리칩니다
레이 카즈미 :(애들은 이런 걸 해주면 좋아했었지~..적당히 검을 돌려 휘둘러 보이고는 용을 찌른다)
당신이 그 신호에 맞춰 검을 들자 검에 무슨 장치라도 해 놓은 모양인지 검이 붉게 빛납니다.
곧 화염처럼 타오르는 검신이 무시무시한 용 인형을 두 동강 내고야 맙니다.
그와 동시에 앞쪽에서 와아아-!! 하는 탄성이 들려옵니다.
다소 과장되고 동화스러운 내용이지만, 아이들의 관심만큼은 확실하게 사로잡았네요.
당신이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한 아디스가 속삭입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이거 참... 이렇게나 강력한 호위의 힘을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면 신랑이 아니라 호위기사로 임명할 걸 그랬어요
레이 카즈미 :(막상 보여주고 나니까 좀 부끄렵다는 듯이) 아, 하하....장난..이시죠....?
신랑이어도 호위는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아디스 블레이크:어머, 그래서 오늘 제게 안겨 있으셨나~...(장난기 가득하게 말하며 살며서 당신의 팔 위로 손을 올려 살짝 잡아 당긴다)
우리, 테라스로 가요.
레이 카즈미 :그건....! 그저 후작님의 명령을 들은 것 뿐이라구요~...
테라스라..좋죠~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당신의 안내를 따라 단 둘이서 테라스로 빠져나옵니다
어느새 밤하늘은 새카만 실크로 둘러 덮이고 총총한 별을 한아름씩 껴안고 있습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조금 바깥 공기도 쐬고 싶어서요...
혹시 인형극 더 보고 싶었나요?
레이 카즈미 :아뇨, 괜찮아요. 이렇게 밤하늘도 보고 좋네요~
그리고..후작님 원하시는 대로 해줘야지, 하하.
아디스 블레이크:음...(테라스에 기대고 밤 하늘을 보다가) 당신은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이리 저에게 얽매이나요...
레이 카즈미 :어....확실히 자유를 원하긴 하죠.
그래도 계약 전까지는 얌전히, 말 잘 들으려고 했는데~...마음에 안 드셨나요?
아디스 블레이크:그럴리가요. 순종적인 점을 넘어서.... 너무도... 제게 잘 대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그래요.
레이 카즈미 :어차피 이혼하면 떠날 사람인데, 그렇게 행동해서 싫었나~? 싶었는데..싫어하진 않는 것 같네요. 다행인가?
후작님이니까 예의는 갖춰야겠다~ 싶기도 했고요.
생각했던 것보다 잘 대해줘서 놀라셨나요? 하하.
아디스 블레이크:조금요.... 그냥 주문만 매번 시험하고 서로 남처럼 대해도 될텐데...
레이 카즈미 :음....그럴 수도 있었겠네요..?
어..그러네....왜 그러진 않았지?
그치만 같이 사는데 남처럼 대하자니 좀...힘들지 않나~..
신경쓰이기도 하고요...
아디스 블레이크:음-....(장시간 말을 하지 않고 밤하늘만 보다가) 그래요....
그러고보니, 오늘은 주문을 시험해보질 않았네요... 찾은게 있었나요.
레이 카즈미 :아 참, .파티 때문에 잊고있었네
(주문서를 꺼내들며) 오늘도 찾았어요~..
아디스 블레이크:(살짝 다가와 주문서를 보곤) 지금 하기 좋네요.
레이, 지금 할까요?
레이 카즈미 :마침 밤하늘 아래니까...좋아요.
아디스 블레이크:(말없이 장갑을 벗고 주머니에 넣은 후 좀 더 바짝 당신께 다가온다)
(부드럽게 당신의 얼굴을 그러 감싸고 부드럽게 웃는다)
레이-, 이번엔 긴장 안 할거죠?
(아디스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쌉니다. 내 손이 큰 건지 얼굴이 작은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한 손으로도 가려질 것 같은데..? 얼굴과 손에 서로의 체온이 느껴집니다.)
현인상..말해주세요
아디스 블레이크:(전부터 항상 느끼지만 손도 덩치도 모든게 자신보다 큰 사람한테 두려움보단...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는 자신에 가볍게 웃다가 살짝 얼굴을 좀 더 손에 기대면서 말한다) 음... 레이, 당신은 여우보단 따듯한 겨울 바다 같아요. 사실 당신이 말해주고 궁금해서 바다에 대해 찾아봤어요...실제론 본 적 없지만... 왠지 모르게 당신을 닮은 것 같았어요. 당신의 새하얀 머리칼이나 ...행동이 모든게 겨울 바다같달까...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따듯해요.
내가 보는 당신의 현인상은 이래요-...
레이 카즈미 :따듯한...겨울 바다..군요.....
이제 제 차례인가요.
현인상을 말하기 전에...사실..뒤뜰에 있는 유리 온실을 봤어요. 그곳 식물들은 잘 피워져 있고 아름답더라구요. 따듯하기도 했고. 아끼시는 거라고 들었는데...멋대로 들어가서 죄송합니다. 그저 궁금해서 들어갔을 뿐이라 화내셔도 할 말이 없네요..
처음 만났을 때는 정원의 죽은 식물들처럼 차갑고, 감정이 메말라보이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최근에는...자주 웃으시더라구요. 메마른 정원 안에 밝은 유리 온실이 있는 것처럼..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속은 온화한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바다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고 하니, 같이 보러가주고 싶지만...지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약속을 하는 편은 아니라서요. 그래서 말인데, 만약 이 계약이 끝나면..뭘 하실 예정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디스 블레이크:세상에나... 허, 참.... 아이샤가 왜 그리 긴장하나 하고 당신이 왜 거기 있었나 했더니 그랬던 거였군요.... 화,를 내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됐어요. 별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들어가지 못하게 했던 것 뿐이니... (...) 그럼 다음엔 저랑 같이 들어가요. 당신이라면 들어와도 돼요.... 제가, 자주 웃었군요. 몰랐는데.... 당신께 전... 그런 사람이었군요.... (...) 계약이 끝나면... 여길 떠날려고요... 더이상 나의 곳도 아니게 될 뿐더러... (머뭇거리다가) 가족들을 위한 애도와, 나를 위해 여행을 갈거에요. 누구에게도 어디로 갈지 어디서 지내는지 말도 안 할...려고 했었어요.
레이 카즈미 :하하, 티가 이렇게 많이 날 줄은 몰랐는데~..숨겨봤자 얼마 안 돼서 들킬 일이었네요. 솔직하게 말하길 잘 했나? 허락도 받고 약속도 했겠다~..같이 들어가자는 약속, 꼭 지키셔야 해요? ....서로 떠나게 되네요. 저는 자유를 찾아서, 후작님은 여행을 위해... 주제넘을 수도 있겠지만..저주가 풀리고 이혼한 후에, 친구라도 될 수 있을까요? 같이 바다도 보러 가요.
아디스 블레이크:하하... 그래요. 약속할게요. (당신의 말에 곧장 대답하지 못하고 물끄러미 당신을 본다) 친구요.... (고민이 많이 서린 눈빛을 드러내다가 이실직고 하듯 말한다) 사실, 저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제가 당신과 지내는 시간을 즐거워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마치 우리가 친구같다고 여겨져서... 하지만.... 우리 이혼하면...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되어요. 그게 맞아요....
레이 카즈미 :음..그렇게 말하신다면....어쩔 수 없죠. 알겠습니다. 주문이나 계속 해볼까요? 어디보자, 그 다음은~...
음...잠시 실례할게요~..(한 쪽 손으로 아디스의 이마를 쓸어 머리카락을 넘긴 후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가 뗍니다.)
(아디스를 다시 마주보고 주문을 외웁니다) 태양이 추락하면 달이 떠오르고, 별이 저물면 하늘이 물들듯. 나와 네가 영원히 구르는 수레바퀴에 깃들어 고통을 나누고 기쁨을 함께하기를.
(주문을 외우고 기다립니다)
한참이나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던 것 같습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오늘은.... 잠시 저주에 대해 잊을까요.
아디스 블레이크:(얼굴을 감싸던 손을 떼고 당신을 부드럽게 감싸 앉은다) 오늘은... 긴 밤이 되겠네요....
─────── CHAPTER 06 ───────세달 후
그동안 우리가 자아낸 모습을 만일 남들이 보았다면 어떠한 부부처럼 보였을까요?
정략결혼을 했음에도 서로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 부부?
혹은 철저히 각자 가문의 명성만을 위해 겉으로만 사이좋은 척하는 부부?
또는 철천지 원수처럼 서로 눈만 마주쳐도 물어뜯기 바쁜 부부로…?
어떤가요, 레이. 당신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의 모습은 어땠나요?
레이 카즈미 :(글쎄~ 사이는 좋아보이긴 했는데.)
서재에서 독서도 자주 하곤 하며 잘 지냈습니다
미쳐버렸다는 그의 소문과 걸맞은 짓만 했으니까요
정신이 나가버린 사람처럼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거나,
불러도 잘 들리지 않는지 제대로 대답하지 않은 적도 많고,
종일 서재에만 틀어박혀 끼니도 거른 채 주문 찾기에만 매진하기도 수차례,
그러면서도 주문을 시험하는 것도 마치 하기 싫은 숙제를 치르는 사람처럼 굴었습니다.
혹시 이제 와서 당신에게 전재산을 넘겨주기 싫어진 것은 아닐까요?
그 이유 말고는 저주라고 부를 정도로 끔찍해하는 병을 저렇게 방치할 리가 없잖아요.
아니… 당신이 본래 알던 아디스로 돌아온 듯한 그가 웃으며 침실로 들어옵니다.
흐리멍덩했던 시선은 당신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으며,
아디스 블레이크:잠깨워서 미안해요...(당신의 침대 옆에 걸터앉아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준다)
레이 카즈미 :음~...오늘은 기분이 좋아보이시네요.
무슨 일 있나요?
아디스 블레이크:네... 주문 하나를 찾아냈거든요...
이건... 확실한거라....
그래서 급하게 왔어요.
확실하다니, 그거 좋은 소식이네요
그동안 주문을 시험하는 일에 무기력했던 아디스이니만큼,
위아래가 찢겨있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디스 블레이크:책이 낡아서 그런지 찢긴 부분이 바스러지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제가 시전어 부분을 외웠으니 괜찮아요 알려줄 수 있거든요...
레이 카즈미 :아. 안 그래도 그거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는데..다행이네요~
(입을 맞추라니..뭐...다른 것도 많이 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여유,가 그다지 있진 못해서... 재촉해서 미안하지만...
레이 카즈미 :괜찮아요~ 꽤 오래 걸려서 찾아낸 거잖아요.
그럼..
(처음엔..그냥 마주보고 껴안는 건가?)
(급해보이시니까 빨리 하는 게 낫겠지. 오늘에야말로 저주가 풀릴 수 있을테니.. 아디스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끌어안습니다.) 불편하시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아디스 블레이크:아...(갑작스럽게 안기는 바람에 순간 당황한 듯 눈빛이 흔들리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 레이의 얼굴을 감싼다) 으응, 아니에요... 괜찮아요... (옅게 심호흡 후 당신을 한참이나 보다가) 레이, 레이....할게요....
그녀의 말 끝으로 잠시동안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고 서로를 바라만 봅니다
꼭 심장과 심장을 꺼내어 맞대고 있는 듯한 감각이 온 정신을 저릿하게 아우릅니다.
불규칙하게 내뱉는 서로의 숨소리만이 존재합니다.
시선을 맞추며 천천히 기우는 고개가 아슬하게 엇갈립니다.
이내 겹쳐지는 비정형의 조각들은 마치 본래부터 그 모양,
고요 속으로 누가 먼저랄 것 없는 신음이 새어 나오고 곧바로 먹혀듭니다.
쉼 없이 북받치는 욕망을 한 움큼 할퀴어 열을 띄게 합니다.
물기 어린 일렁임이 입술 새를 적시다 말고 왈칵 흘러넘칩니다.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누구도 세어보지 않습니다.
그저 영원을 갈취하듯 서로의 숨결을 빼앗고 끝없이 갈급할 뿐이었습니다.
잔호흡이 아직 그 시간에 머무르는 듯하게 만듭니다
시동어를...
말해줄게요...
전부 듣고 나서 따라하면 돼요...
(하아....) 준비..됐어요.
들어라. 잔혹한 고통은 침묵이 되어,
별들의 무덤에 안온한 꿈을 안겨주리니
결국 가장 소망하던 것이 가장 큰 위로였음을 기억하라...
이거에요....
레이 카즈미 :...알겠습니다. 바로 외울게요.
들어라. 잔혹한 고통은 침묵이 되어, 별들의 무덤에 안온한 꿈을 안겨주리니
결국 가장 소망하던 것이 가장 큰 위로였음을 기억하라.
(주문을 외우고 늘 그랬듯이 기다립니다)
이번 주문이 꼭 아디스의 저주를 풀어주는 정답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하지만 아디스는 당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와락,
아디스 블레이크:이번 것도... 아니네요...
어쩐지 아쉬운 기색이 보이지 않는 목소리입니다.
레이 카즈미 :이번엔 확실한 줄 알았는데....
아디스 블레이크:...확실한 건.. 맞아요...
그때, 별안간 서서히 어둠에 물들어가는 시야를 느낍니다.
가물해지는 정신 너머로 아디스는… 인사합니다.
아디스 블레이크:레이... 그동안 고생했어요... 고마웠어요....
그리 말하는 아디스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나요?
머지않아 쏟아지는 잠에 눈꺼풀이 짓눌리고, 정신을 놓습니다.
─────── CHAPTER 07 ───────
레이 카즈미 :하하....그래. 알려준다고 말했을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주문 시전자가 내가 아니었어..
동시에 몸에서 무언가가 주륵 미끄러져 내립니다.
아마… 당신이 잠든 사이 덮어주고 나간 것 같네요.
협탁 위에 놓인 싱싱한 꽃 한 송이와 낡은 [책] 두 권.
레이 카즈미 :...(말 없이 책 한 권을 집어 펼쳐봅니다)
첫 번째 책을 들면, 어느 페이지에 책갈피가 끼워져 있습니다.
책갈피가 꽂혀있는 걸 보아하니 이미 조사를 끝낸 책인 듯싶네요.
펼쳐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이 주문은… 어젯밤, 아디스와 시전 했던 주문인 것을요.
시전어를 먼저 영창 하는 사람이 ‘시전자’가 된다.
당신이 예측한 대로 어제 시전자는 아디스였습니다
레이 카즈미 :저주를 푸는 게 목적이 아니었나?
왜 면역 주문을...
굳이..
내가 본인 저주에 걸릴까봐 면역 주문을 외운건가?
세 달동안 아무일도 없었는데도..
(남은 4책 한 권을 펼쳐봅니다)
두 번째 책을 들면, 어느 페이지에 [편지]가 끼워져 있습니다.
그 페이지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마지막 문장엔 펜으로 무자비하게 긁어놓은 흔적이 있습니다.
레이 카즈미 :객혈이라면..처음 만났을 때 했는데...그 때가 죽기 직전 상태였다는 거 아냐?
주문을 외운 뒤부터 차츰 안 하기 시작해서 좀 나아진 줄 알았는데...풀 수 있는 방법이 아예없었다니.
(편지를 열어본다)
이윽고 편지를 확인하면, 꽤 익숙한 필체가 보입니다.
종종 조사할 때 책에다 직접 필기해 둔 아디스의 필체를 본 적이 있어요.
다가올 죽음을 인정하고 모든 사실을 실토한 편지를 본 레이,
레이 카즈미 :
SAN Roll
기준치: |
64/32/12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러고 보면 그동안 이상한 점이 많긴 했죠. 결벽증이라면서 딱히 결벽 증세가 심한 편은 아니었기도 하고,
유리 온실에 피어난 꽃을 마구잡이로 뜯더니 한순간에 죽어버리던 모습도 본 적 있습니다.
당신을 덮친 마수를 단숨에 죽인 전적도 있죠.
게다가 고작 1~2년 사이에 몰살한 그의 가족들까지….
모든 정황들이 이 편지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전재산을 주겠다는 약속만큼은 지켜줬다는 것이네요.
애초에 그의 재산을 노리고 계약한 것이었으니 따지고 보면 기분은 나쁠지언정 당신에게 손해일 건 없죠.
이대로 당신 또한 자유를 찾아 떠나도 된다는 겁니다.
정말로 당신이 본인 저주 때문에 죽어도 상관없었다는 말이 사실일까요…?
그동안 우리가 나누었던 시선, 숨결, 체온, 서로를 스친 솜털 하나까지도…
무엇보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당신을 신랑감으로 골라놓고서.
어째서 저주 면역 주문까지 걸어주고 떠났는지….
물어보고 싶은 것은 많은데, 대답해 줄 이는 대체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질 않네요.
당신의 몸에 마지막까지 덮여있던 아디스의 겉옷이 시선 끝으로 끈덕지게 따라붙습니다
레이 당신은 이대로 떠날 건가요? 아니면 아디스를 찾으러 가보나요?
레이 카즈미 :하,하하~ 굳이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떠날 이유가 있었나? 그것도 마지막까지 날 위해놓고?
아디스 블레이크.
이러면 내가 순순히 따를 줄 알았어?
계약도 파기됐으니, 이젠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네 입으로 진심을 말하기 전까진 절대 못 떠나.
(아디스를 찾으러 갑니다)
당신은 그녀 입으로 모든 걸 확인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가 늘 꼈다 벗었다 하던 장갑이 주머니에서 살짝 삐져나와있습니다.
이제껏 결벽증 때문에 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누군가에게 닿아 저주가 발동될까 봐 본인 손을 숨긴 것에 가까웠겠네요.
주머니를 슬쩍 벌려보면 그 안에는 장갑 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다..두고 갔네
아디스가 기침할 때마다 사용했던 예의 그 손수건인 것 같습니다.
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하얀색을 자랑하고 있네요.
레이 카즈미 :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 그러고 보니… 아디스는 기침을 할 때면 피를 토하곤 했었죠?
결벽증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객혈을 한다고 들었지만,
책에 의하면 죽기 직전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죠.
하지만 이 하얀 손수건에 핏자국 따윈 없습니다.
최근 들어 아디스가 기침하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레이?
문득 그가 언제부터 기침을 하지 않았는지 떠올려보면…
레이 카즈미 :(그 주문이 저주를 아예 없앨 순 없지만 약하게 만드는 건 가능했던 건가?)
(꽃을 들어봅니다)
아디스가 온실에서 꺾어온 것처럼 보이는 꽃들입니다.
개중 반은 싱싱하고, 반은 죽어서 썩어 있습니다.
그제야 왜 아디스가 늘 주문을 시전 하자마자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꽃을 만져보고, 죽는지 살펴보면서 주문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보았던 거네요.
이건....
손가락 반만 한 크기의 작고 특이하게 생긴 열쇠입니다.
홈 부분이 평범하지 않은 걸로 보아, 특수하게 제작된 열쇠로 보이네요.
이 특이하게 생긴 홈과 맞아 떨어질만한 열쇠 구멍을 몇 차례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레이 카즈미 :(방에 가져왔던 다이어리의 자물쇠에 열쇠를 넣어봅니다)
5년 전, 사멸의 저주에 걸리고 나서부터 겪었던 일들을 적은 일기장으로 보입니다.
당시 가족들이 저주에 영향을 받아 어떤 현상을 겪고 어떻게 죽었는지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대부분이 1~2년 사이 거센 객혈을 하다가 심장이 멎어 사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죽음을 그 누구보다 두려워하고 비통했던 아디스의 감정이 빼곡하게 쓰여 있습니다.
레이 카즈미 :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가족들을 가족 묘지에 묻고 왔다는 페이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디스가 가족의 시신을 그곳에 직접 묻었다고 했죠.
레이 카즈미 :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그러고보니 열쇠가 맞는 곳이 근처에 하나 더 있었죠.
레이 카즈미 :(아디스의 침실로 가서 자물쇠를 풀어봅니다)
아디스의 침실로 다가가면 여전히 굳게 잠겨있는 문과 마주합니다.
온갖 곳에 책탑이 쌓여있고, 펼쳐져 있는 책과 바닥에 난잡하게 흩뿌려진 책갈피.
그 사이사이 죽어서 썩어가고 있는 꽃들이 한 움큼씩 떨어져 있습니다.
아디스는… 이 방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저주가 풀리길 희망하며 꽃을 만져보았던 걸까요
레이 카즈미 :(펼쳐져 있는 책 하나를 들어 내용을 봅니다)
어수선한 풍경 속에서 침대 끄트머리에 놓여있는 [두 번째 다이어리]를 발견합니다.
이전에 소각장에서 얻었던 [첫 번째 다이어리]와는 겉표지가 다르지만,
이것 또한 같은 모양의 자물쇠로 잠겨 있습니다.
(열쇠로 풀어봅니다)
사용 흔적은 있지만 낡아 보이진 않습니다. 아마도 최근에 사용하던 것이 아닐까요?
놀랍게도 일기 형식으로 매일매일, 당신에 관한 이야기가 빼곡하게 쓰여 있습니다.
한 달 전이 마지막 일기로, 이후로는 쓰인 것이 없습니다.
이러면..널 찾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겨버리잖아...
빨리 찾아내야겠어
레이 카즈미 :
운
기준치: |
75/37/15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책더미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나침반을 발견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물건인데도… 그것을 보자 불현듯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죽은 가족들은 전부 내 손으로 직접 묻었습니다. 동이 틀 무렵, 수면 위로 생긴 길을 향해 [동풍]이 밀어주면 도달하는 곳에….”
“아쉽지만 하늘의 뜻이 그러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이 육체를 마음 편히 뉘일 곳으로 가는 일뿐이겠죠.”
분명 아디스는 죽음을 맞이할 곳으로 갔다고 했죠.
그렇다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간 것은 아닐까요?
나침반에서 서쪽을 확인하면, 저택 뒤쪽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곳엔 뒤뜰과 그 너머로 [하천]이 있었죠, 아마…?
하지만 하천은 정원 뒷길을 통해서만 갈 수 있게 막아두었다고….
레이 카즈미 :정원 뒷길에도 잠겨있는 곳이 있었지..?
(정원 뒷길로 갑니다)
근처에 하천이 있으니, 새벽마다 물안개로 자욱해지는가 봐요
정신없이 정원 뒷길의 잠겨있는 문으로 향해 열쇠를 집어넣어 보면, 이 또한 손쉽게 열립니다.
고약한 냄새가 풍기는 하천과 작은 [돛단배]가 한 척 기대어 있습니다.
다가가보면, 막 배를 뭍으로 당겨 말뚝에 묶고 있는 뱃사공이 보입니다.
뉘...아... 레이 님이시군요
무슨 일이십니까?
레이 카즈미 :그 배...날 서쪽으로 데려가줄 수 있나?
지금 당장.
가족묘지가 있는 곳인데...
음... 하지만...
뱃사공:가족 묘지엔 외부인은 절대 출입시키지 말라 하셨습니다...
레이님은... 그저 정략 결혼...
레이 카즈미 :뭐? 하하...정략 결혼은 결혼도 아니라는 건가?
뭐가 됐든 난 아디스의 배우자다. 지금 빨리 날 그곳으로 데려가.
타시지요.
뱃사공이 말뚝에 묶어놓았던 줄을 풀고 하천에 다시 배를 띄웁니다.
노에 저어지는 강물은 꼭 썩은 시체들을 퍼올리는 것처럼 지독한 냄새를 풍깁니다
아디스는 정말로 곧 다가올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저곳으로 간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아디스는 이곳을 건너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레이 카즈미 :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문득 복잡한 머릿속으로 사멸의 저주에 관한 설명 한 줄이 떠오릅니다.
[죽음에 이르기 전 [객혈]하는 현상을 보인다.]
그리고 동시에, 핏자국 따위 보이지 않았던 그의 새하얀 손수건이 기억납니다
이런 순간에 왜 이런 것들이 생각나는진 모르겠지만요….
그때, 당신의 얼굴로 톡- 하고 작은 물방울이 닿습니다.
무심코 고개를 들자 작은 싸락눈이 자욱한 물안개 속으로 소리 없이 내립니다.
동풍을 받아 나아가는 작은 돛단배는 서서히 하늘을 보랏빛으로 적시는 색에 물들며
이내 뭍에 닿은 배에서 내리면, 뱃사공이 조심스레 묻습니다.
뱃사공:후작님과... 함께 돌아오실 겁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알겠습니다...
당신은 점점 굵어지는 눈을 맞으며 언덕을 올라갑니다.
언덕 위엔 도무지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이 넓은 묘지가 보입니다.
눈발에 젖어들어가는 철제 푯말엔 블레이크 가문의 인장이 찍혀 있습니다.
레이 카즈미 :정말로..죽으러 온 거면 묫자리도 여기 어딘가 있겠지
(묘지를 돌아다니며 아디스의 이름이 적힌 묘비를 찾는다)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셀 수 없이 많은 묘가 보입니다.
레이 카즈미 :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점점 발밑은 내리는 눈 때문에 질척해져 가지만,
당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몇 번이나 미끄러지면서 기어코 아디스의 묘를 찾아내고야 맙니다.
그곳엔 묘비와 관이 들어갈 구덩이와 아직 묻히지 않은 관이 놓여 있습니다.
관의 사방엔 대못으로 단단하게 밀봉되어 있고요.
아마도 묘지기가 관을 땅 속에 매장하기 전에 당신이 발견한 것 같습니다.
이 관 속에 아디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묘비에… 그의 이름과 비문이 선명하게 쓰여 있으니까요.
잔혹한 고통은 침묵이 되어,별들의 무덤에 안온한 꿈을 안겨주리니.결국 가장 소망하던 것이가장 큰 위로였음을 기억하라.
당신은 이미 관에 들어가버린 아디스를 만난 사실에 좋지 못한 생각이 듭니다
레이 카즈미 :
SAN Roll
기준치: |
63/31/12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확인해보기 전까진 모르니까..
하지만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유령 따위가 아닐까 했지만…
그 목소리는 믿을 수 없게도 아디스의 관 속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관의 두께 때문에 뭐라고 말하는지는 들리지 않지만,
벽을 작게 긁적이는 소리도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묘지기가 놓고 간 것으로 보이는 [장도리(망치)]를 발견합니다.
이거라면 관에 박혀있는 못을 뽑아낼 수 있을 거예요…!
레이 카즈미 :(장도리를 들고 못을 뽑아내봅니다)
종국에 당신은 누군가가 본다면 불경하다고밖에 말하지 못할 짓을 저지르고야 맙니다.
레이 카즈미 :
근력
기준치: |
85/42/17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레이 카즈미 :
근력
기준치: |
85/42/17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못 하나가 빠집니다. 앞으로 두 개만 더 빼면 됩니다
레이 카즈미 :
근력
기준치: |
85/42/17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레이 카즈미 :
근력
기준치: |
85/42/17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다 뺐다.)
이윽고 관의 사방에 단단히 박혀있던 못을 다 빼내고
창백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아디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분명 그저 곤히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레이 카즈미 :(아까까진 깨어있지 않았나...?)
당신을 장난기 어리게 보던 눈도 굳게 감겨 있습니다.
가슴 아래에 단정히 겹쳐져 있는 두 손도 언젠가는 당신의 뺨을,
머리를 부드러이 어루만져주었던 바로 그 손인데….
당신 가슴속에 휘도는 감정이 어떠한 이름을 띄고 있었는지 알 것만 같은데 말이에요.
평소였으면 언제나 그렇듯 부드럽게 대답했을 텐데요
그래도 이렇게 얼굴을 보고 작별 인사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 걸지….
지독하게 밀어닥치는 현실에 마음 끝이 차게 아려옵니다.
정말..내가 늦은건가?
레이 카즈미 :그렇게 날 위했으면서..정작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결국 대답도 못 들었잖아. 바보같은 여자..
(떨리는 손으로 아디스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춥니다)
당신의 원망서린 말과 차가운 입술 위에 당신의 체온을 나눕니다
이윽고 그곳에서부터 퍼져나가는 ‘무언가의 힘’은 싸늘해진 아디스에게 닿습니다.
그의 전신을 뒤덮고 있던 사멸의 저주를 강하게 밀어냅니다.
무겁게 가라앉았던 눈꺼풀이 서서히 들어 올려지고…
보고 싶었던 색을 품은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봐 줍니다.
아디스 블레이크: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에요 또...
레이 카즈미 :그러는.....후작님은 여기 죽으러 왔으면서..
그렇게 떠나버리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았나요?
아-, 잠시만... 난, 나는 죽지 않았어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레이 카즈미 :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그리고 거기에서 '호위의 힘'이라는 게 있다고 했습니다
그날 본 검의 붉은 빛과 당신이 목도한 빛이 같았음을 알아차립니다
아디스 블레이크:그러면 대체.... 난 분명 죽어가고 있었어요... 확실히 죽음을 느꼈는데...
(방금 생각난 것들을 아디스에게 말해줍니다)
어쩌면...그 힘으로 후작님을 지킨 걸 수도 있겠네요.
그 땐 호위기사로 임명하겠다느니 신랑이어도 호위는 할 수 있다느니 그냥 농담이었는데....진짜로 이렇게 될 줄은..하하....
아디스 블레이크:세상에나.... 그러네요. 당신이 내게 물었죠... 기침이 멎어서 효과가 있냐고.... 언제나 식물이 죽어서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살리고 있었군요...
정말로.... 당신이어야 했네요....
이 말은 당신이 곁에 존재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아디스는 사뭇 표정이 딱딱해지고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냅니다
아디스 블레이크:하지만..... 레이, 결국 난... 당신이 없으면....
당신은 자유를 바라지 않았나요... (천천히 당신의 손을 잡는다) 지금이라도 직접 사과할게요... 당신을 그만 이용할테니... 나는 그냥 내버려둬요.
그리고 이용해서.... 미안해요....
레이 카즈미 :처음부터 내버려 둘 생각이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 정말로 죽고싶은 거예요? 그럼 나는? 내 생각은 해본 적이 없나요? 난.... (...) 하..자유...그래. 자유를 바랐었죠. 하지만 내가 자유를 얻기 위해 당신이 죽어야 하는 건 원치 않아요. 차라리 함께 떠나는 건 어때요? 전에 말한 바다도 같이 보러가고요..
아디스 블레이크:나는....(흔들리는 눈동자로 당신을 보다가) 살고...싶었어요. 당신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했으면 더 했지...! 그래요. 당신은, 아직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고 자유로운 사람인데 내 욕심에 당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그 같잖은 양심에 괴로웠다고요.... 대체 왜요... 그저 다정한 당신이 베푸는 자비인가요... 난 레이 당신을 이용한 사람이고, 그저... 계약으로 이루어진 관계였잖아요... 그러니까... 자꾸 내 마음을 흔들지 말아요...(못내 참아온 눈물을 툭 떨군다) 왜 자꾸, 내게 그러는거에요... 자꾸 당신과 함께 살고 싶게 만들어요...?
레이 카즈미 :...! 울릴 생각은 없었는데...미안해요. (당신을 품에 안고 토닥여준다) 그..울지마세요.... 저는...계약으로 시작한 관계지만 솔직히...같이 지내면서 당신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저 후작의 눈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그래서 순종적이었던 건데.... 같이 지내면서 당신이 장난을 치는 것도, 웃는 모습도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헤어지기 싫은데..계약이 끝나면 이혼해야 하니까 아쉬운 마음에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라도 잘 대해주려고 했어요. 그저 제 욕심이었어요.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제 잘못이에요. 그치만 저는...당신과 헤어지기 싫어요. 오히려 당신이 저를 계속 이용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당신이 떠났을 때 저도 모르게...화가 났나 봐요..
아디스 블레이크:(당신의 품에 안겨 토닥임을 느끼다가 익숙한 체온, 체향의 안정감을 느끼고 결국 인정한다 제 마음을.) 당신은 정말.... 끝까지 날 흔드네요... 내 인생에서 날 이렇게나 뒤흔드는 사람은 당신 뿐이에요.... (울음을 그치고 살며시 웃으며 당신의 뺨을 다정히 쓰다듬어준다) 큰일났네요.... 당신이나 나나... 이렇게나 서로한테 헤어지기 싫어했을 줄은... 나도에요.... 당신이 계속 내 곁에 남아주면 좋겠어요...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있어줬길 바랐어요.... 내가 욕심 내도 될까요....
그럼... 우리 같이 돌아갈까요....
레이 카즈미 :이렇게 진심을 들으니까 좋네요....하하, 당연히 되죠. 같이 돌아가요. 이번에는.
아디스 블레이크:그래요.... 우리집으로 돌아가요.
그것이 당신의 자유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족쇄가 될지라도…
하지만 그건 아디스도 마찬가지이니 괜찮지 않을까요?
이 미친 결혼의 결말이 서로에 대한 영원한 구속이 될 거라곤,
질척한 흙바닥엔 그 흠을 가려주듯 새하얀 눈송이가 쌓여,
겉으로나마 편견이 닿지 않는 길을 만들어 냅니다.
아마 우리는 그 길을 함께 밟아나가 다시금 저택으로 돌아갈 테죠.
그렇게 서로의 존재 자체가 서로에게 불가피한 동반자임을 인정하고,
예기치 않게 다가온 이 하나뿐인 결속을 손안에 담아 거머쥡니다.
이 결혼은 천국도, 지옥도 아닌… 영원한 연옥일 테니까.